중국에서 탈북자 500여명을 라오스와 태국으로 피신시킨 중국 남성이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승인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인 투 아이롱(55)은 한국에 망명신청을 했다가 거부된 뒤 제기한 난민 불인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승소 판결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장시(江西)성 출신인 투 아이롱은 2004년부터 7년 간 한 사람당 500달러를 받고 중국에 체류 중이던 탈북자들의 라오스 입국을 도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6년에는 한국의 탈북자 지원 단체의 부탁으로 탈북자 1명당 1000달러를 받고 이들을 태국으로도 도피시켰다.
당시 투 아이롱은 중국과 라오스 국경에서 야생동물과 한약재 등을 밀수하는 일을 주로 했기 때문에 탈북자들의 도피를 비교적 쉽게 도울 수 있었다. 그는 “나는 (탈북자들을) 지옥에서 천국으로 보낼 수 있는 어떠한 힘이 있었다”며 “내 양심이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WSJ에 말했다.
탈북자들을 밀입국 시키는 과정에서 투 아이롱은 2007, 2008년 두 차례 중국 공안에 적발돼 7개월 간 구금생활을 하기도 했다. 감옥에서 나온 후 그는 태국에 거주하며 2010년 방콕의 유엔난민기구(UNHCR)에 망명 신청을 했지만 거부됐다.
이후 투 아이롱은 라오스 주재 중국 대사관 측에서 귀국을 종용하자 제주도로 피신했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2016년 한국에도 망명 신청을 했지만 같은해 6월 또 다시 거부당했다. 그가 라오스에 있을 때 위험에 처하지 않았었고, 중국에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치적 이유가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하지만 투 아이롱은 포기하지 않고 난민 신청이 거부된 데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 지난 6월 승소 판결을 받았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그에 대한 난민 인정 결정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