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프로게이머 ‘에스카’ 김인재는 ‘슈터게임계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지금껏 도전한 전 종목에서 정상을 차지한 까닭이다. 그는 2010년 스페셜포스1 종목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해 스페셜포스2, 블랙스쿼드를 거쳐 오버워치에 이르기까지 모두 우승을 맛봤다.
현재 김인재는 만 27세, 프로게이머로선 황혼기에 다다른 나이다. 그러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1월 PUBG 프로게이머로 변신했다. 그리고 지난여름 글로벌 대회 ‘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PGI) 2018’에서 우승, 마침내 5종목 석권 대업을 달성했다.
김인재는 지난 1일 프로게이머 8년 차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날 김인재는 ‘PUBG 코리아 리그(PKL) 2018 #2 코리아 파이널’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모처럼 만에 휴식을 취한 그는 지난 16일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OP.GG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만났다.
-배틀그라운드로 종목을 바꾼 뒤 보낸 첫 해였다. 종목 변경에 대한 후회는 없나.
“‘후회는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종목을 변경했다. 연초 파일럿 시즌 때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까닭이다. 그때 잠시 후회 아닌 후회를 했다. 참고 버틴 뒤로는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이후부터는 ‘종목을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종목 변경 후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4번의 국내리그 준우승과 1번의 국제대회 우승. 스페셜포스부터 PUBG에 이르기까지 총 5종목을 석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듯하다. 본인에게 PUBG에서 거둔 성적은 어떤 의미인가.
“이전에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정상에도 올라봤고, 바닥까지 내려가 보기도 했다. 사실 오버워치 APEX를 치르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자신감도 많이 잃은 상태였다. PUBG에서 우승하면서 다시 자신감을 되찾고 심리적 위축도 극복할 수 있었다.”
-종목을 불문하고 김인재의 소속팀은 늘 상위권에 오르곤 한다.
“사실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특별히 저 때문에 좋은 성적을 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팀에 열심히 연습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특히 젠지 골드 때는 모든 PUBG 프로게임단 중 가장 열심히 연습했을 것이다.”
-어느덧 프로게이머로서 황혼기다. 향후 종목 변경 등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의향이 있나.
“입대를 앞둔 만큼 새로운 종목으로의 변경은 힘들 것 같다. 사실 전역 후에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다른 일을 해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류)제홍이나 다른 친구들이 전역 후에도 같이 프로게이머를 하자고 하더라. 확실한 건 군대를 갔다 와봐야 알 것 같다.
향후 계획으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사실 제가 오버워치를 시작한 뒤로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앞으로는 조금 편하게 지내고 싶다. 개인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보내려고 한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꽤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 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7년 오버워치 APEX 시즌2 결승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버워치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던 때였다. 역전 우승이었고, 팬들도 현장을 많이 찾아주셨다. 우리가 이겼을 때 들렸던 함성 소리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때 그 감동을 다시는 못 느낄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프로게이머의 길을 선택할 건가.
“오버워치가 제 삶의 분기점이었다. 그전까진 말이 프로게이머지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동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오버워치 활동 이후로는 프로게이머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음 생애에도 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