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 항암제·방사선 의한 ‘장 손상’ 막아준다

입력 2018-12-20 11:21 수정 2018-12-20 11:29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으면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의한 장 손상을 막아줘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섭취돼 장에 도달했을 때 장내 환경에 유익한 작용을 하는 균주를 말한다. 즉, 장에 도달해 장 점막에서 생육할 수 있게 된 프로바이오틱스는 젖산을 생성해 장내 환경을 산성으로 만든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권미나 교수팀은 생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했더니 ‘젖산’이 증가해 장 줄기세포가 눈에 띄게 늘었으며, 줄기세포의 활발한 분화로 장 조직세포가 많아져 소장 점막 상피층이 발달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히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조사를 받은 생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인 결과, 소장 점막 상피층이 복원됐으며 복통과 설사로부터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암 환자가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소장 점막 상피층이 가장 먼저 손상돼 설사와 복통 증상이 뒤따라 지사제를 복용하고 전해질을 보충하는 등 사후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암환자들의 항암치료 후 소장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하여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장 손상 생쥐 모델 실험에서 권 교수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한 생쥐와 그렇지 않은 생쥐를 관찰한 결과,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에서 장 줄기세포가 크게 늘어 장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들(파네트세포, 상피세포, 점액분비세포 등)의 수와 기능도 함께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또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장 손상을 유발한 후에도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하자, 장 줄기세포가 보호되고 소장 점막 상피세포 손상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관찰했다.

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아예 섭취하지 않은 생쥐에서는 장 줄기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으며, 장 손상을 입은 후 5일째 경과를 관찰했더니 장 줄기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설사와 복통도 악화된 것을 확인했다.

권 교수팀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 생쥐의 소장 점막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물질(Wnt3 사이토카인)이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나오는 ‘젖산’의 신호로 조절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장 줄기세포 주변에는 파네트세포와 기질세포가 있는데 이 안의 젖산수용체가 프로바이오틱스에서 분비하는 젖산을 만나 활성화되면, 신호물질(Wnt3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장 줄기세포가 증식하고 분화하는 것이다.

젖산수용체를 인위적으로 결손시킨 생쥐는 젖산 신호를 받지 못해 신호물질(Wnt3 사이토카인) 분비가 크게 줄어든 점이 확인되어, 젖산이 장 줄기세포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임이 재차 입증됐다.

Wnt3 사이토카인은 장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전달체계로 이를 조절하는 여러 기전이 장 줄기세포 주변의 미세환경을 구성할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번 연구로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유래되는 젖산이 해당 조절 기전 중 하나임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프로바이오틱스는 장 건강보조식품으로 활발히 출시돼 오고 있지만, 장 줄기세포와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에 권 교수팀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입증하는 근거로써 젖산의 장 줄기세포 조절 작용을 정확히 규명해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권미나 교수는 “향후 후속 임상연구를 거쳐 프로바이오틱스로 항암과 방사선 치료에 의한 장 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암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연구의미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