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FA는 왜 많은 돈 받을까?’ 대부분 자격 못 갖춘채 강제 은퇴

입력 2018-12-20 10:39 수정 2018-12-20 11:09

FA제도가 도입된 첫해인 2000년 LG 트윈스 김동수(50)는 계약기간 3년, 8억원의 FA계약을 맺고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포수 대박 FA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3년 박경완(46)은 계약기간 3년, 19억원을 받고 현대 유니콘스에서 SK 와이번스로 둥지를 옮겼다.

2007년 삼성 진갑용(44)이 계약기간 3년, 총액 26억원의 FA계약을 맺고 삼성에 잔류했다. 박경완은 그해 SK와 10억원에 2년짜리 FA계약을 맺었다. 이듬해인 2008년 조인성(43)은 ‘3+1’년 계약기간에 34억원을 받기로 하고 LG에 잔류했다. 그해 두산 베어스 홍성흔(41)은 계약기간 4년, 총액 30억원에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했지만, 포수라기보다는 지명타자 성격이 강해 분류에서 제외했다.

조인성은 2012년 19억원, 3년 FA계약을 맺고 SK로 이적했다. 조인성은 4년 뒤인 2016년에도 세 번째 FA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 2년, 총액 10억원에 이번엔 한화 이글스로 옮겨갔다.

강민호(33)가 2014년 75억원을 받고 롯데에 잔류했다. 포수 초대박 시대를 연 것이다. 강민호는 지난해 또다시 80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했다. 이에 앞서 정상호(36)가 계약기간 4년, 총액 32억원에 SK에서 LG로 옮겼다. 그리고 SK 이재원(30)은 지난 5일 총액 69억원에 잔류했고, 두산 양의지(31)는 총액 125억원에 NC 다이노스행을 택했다.

실제 FA대박을 터뜨린 포수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우선 FA자격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 고졸 출신의 경우 9년 동안 매년 145일 등록일수를 채우기도 벅차다. 체력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주전포수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뚫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출장이 보장되는 주전포수로 발돋움하기가 그만큼 어렵기에 FA자격 따기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여기에다 공격력과 투수 리드 능력까지 갖춘 포수가 되기란 더욱 어렵다. 김동수-박경완-진갑용-조인성-강민호-양의지 등 당대 포수들이 돌아가며 FA의 대박을 이룰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리고 포수가 FA대박만 터뜨린 것은 아니다. 소형 계약을 맺거나 아예 소리없이 사라진 이도 많다. 롯데 포수 최기문(45)은 2010년 1년 1억5000만원에 계약했지만 더 이상 선수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2016년 말 롯데와 NC에서 뛰었던 용덕한(37)은 FA 자격 행사에 나섰지만 팀을 구하지 못해 은퇴했다. 한화 포수 이도형(43)도 2010년 시즌을 마친 뒤 FA가 됐지만 FA 미아가 되어 버렸다. 최근 SK에서 나온 이성우(37)처럼 수많은 포수들은 평생 FA 자격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