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36개월·교도소 합숙 유력…제도정착 후엔 ‘일부기간’ 축소 가능

입력 2018-12-20 12:00 수정 2018-12-20 12:00

국방부는 20일 ‘2019년 업무보고’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을 두 가지로 보고했다. 먼저 36개월간 교정시설(교도소)에서만 합숙하며 복무하는 방안이 보고됐다. 이는 국방부에서 유력하게 검토해온 이른바 ‘1안’이다. 국방부는 “현역병(복무기간 18~22개월)과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복무기간 34~36개월) 등 다른 대체복무제와의 형평성을 유지하고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정시설에서만 복무하도록 하는 것은 합숙시설이 갖춰져 있고 군 복무 환경과 가장 유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런 정부안을 보고하며 “대체복무 제도가 정착된 후 (복무기간을) 일정기간 범위에서 조정 가능토록 법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체복무 기간을 36개월보다 다소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병역법에 만들어놓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36개월 안에 대한 반발을 감안할 때 36개월보다 더 늘리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방부가 앞으로 전체 병력 숫자나 종교·양심을 이유로 한 입영 및 집총 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이행 상황을 감안해 복무기간을 줄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정기간’은 1년 범위 내에서 명시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일정기간이 6개월로 정해진다면, 대체복무 기간은 이 제도 정착 이후 30개월로 줄어들 수 있다. ‘제도 정착 이후’에 대한 질문에 국방부 당국자는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 대체복무자들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고 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라고 답변했다.

이 당국자는 “현행 병역법은 현역 등의 복무기간을 법률로 정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조정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현행 병역법 제19조(현역 복무기간의 조정)에는 ‘정원(定員) 조정의 경우 또는 병 지원율 저하로 복무기간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서 단축’이라고 규정돼 있다.

같은 법 제42조(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기간 조정)에도 국방부 장관이 병무청장의 요청에 따라 사회복무요원, 예술·체육요원, 전문연구요원 또는 산업기능요원의 복무기간을 1년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복무기간 조정은 ‘현역병의 복무기간 단축 또는 연장으로 복무기간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 ‘근무조건이나 작업환경이 나빠 복무기간의 단축이 필요한 경우’ ‘병역자원의 수급(需給)계획상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

하지만 국방부가 ‘복무기간 36개월’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민단체와 병역 거부자들을 의식해 이런 조항을 두기로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발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설득 카드’로 일부 복무기간을 조정할 수 있는 법 조항을 부각시켰다는 해석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왼쪽)이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대체복무제 도입 방안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복무기간 27개월 초과 불가, 복무 영역 다양화’ 방안을 강조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의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대체복무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병역거부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할 정도의 대체복무제를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앞서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와 군인권센터 등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상 징벌적 대체복무안”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병의 1.5배(육군 기준 27개월)를 초과할 경우 징벌적 성격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36개월간 교정시설 복무’와 함께 27개월간 교정·소방시설에서 복무하는 대체복무 방안도 보고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주장했던 지뢰제거 임무에 대체복무자들을 투입하는 방안은 정부안에서 제외됐다.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정착 이후 복무 분야 확대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 조항도 만들 계획이다.

대체복무제 정부안은 이달 말 확정된다. 대체복무제는 내년에 국회에서 관련 법 제·개정 작업을 거쳐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안이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치며 그대로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은 여야 의원들이 낸 여러 법안들과 함께 하나의 방안으로 논의될 예정”이라며 “국회에서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대체복무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