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을 위한 평화의 기도] 성탄의 은총으로 화목한 한반도 되게 하소서

입력 2018-12-19 17:20
유한한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온 무한하신 주님! 죄악으로 단절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화목케 하고자 스스로를 수축한 주님을 본받고 싶습니다. 인간이 지은 죄악과 불의, 증오를 소멸하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자기 자신을 내어준 주님을 본받기 원합니다. 하나님과 저희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물어 화목한 공동체가 되게끔 자신을 비우신 주님을 본받고자 합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의 평화 추구가 정권 연장이나 권력 추구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소서. 이런 욕심이 얼마나 성탄의 정신과 거리가 먼 것인지 깨닫게 하소서. 자신을 내어 화평을 이루신 주님의 정신을 본받아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가는 모든 위정자가 자신을 내어주는 성탄의 정신을 품게 하소서. 2018년 성탄절 예배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이 땅의 평화를 이루는 밝은 빛을 비추어 주소서.

온전한 화평의 공동체이신 삼위일체 하나님! 성부 성자 성령께서 서로 개방돼 있으며. 상호 내주하고 상호 관통하며 온전한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이 땅 위에 이루고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예배합니다. 치열한 무역 전쟁을 치르는 미국과 중국 지도자와 완전한 비핵화를 협상하며 대치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 북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를 마치면서도 서로 불신과 긴장이 지속되는 남북한 위정자들. 또 광장마다 서로 다른 외침을 내며 남남갈등으로 갈라져 있는 이들 등 모두가 아름다운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베들레헴 마구간에 태어난 평화의 주 예수를 바라보게 하소서.

어두운 곳에 밝은 빛을 비추기 위해 오신 주님! 흑암 중에 창조자를 알지 못하며 살아가는 북녘 동포에게 오시옵소서. 대한민국에 목숨 걸고 온 탈북민이 겪는 마음의 고통 가운데 오시옵소서. 중국 등 제3국에서 숨죽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며 살고 있는 북한 여성과 그들의 자녀에게 오시옵소서. 복음의 증인으로 북한과 중국 감옥에 갇힌 존귀한 주의 자녀에게 오시옵소서. 산 위에 올라 멀리 보이는 중국 교회 십자가를 바라보며 홀로 예배하는 북녘 성도에게 오시옵소서. 북한 곳곳마다 펼쳐진 장마당에서 가족을 위해 물건을 팔며 꽁꽁 얼어버린 이들에게 오시옵소서.

그리고 주님! 원하신다면 기도합니다. 3대 세습을 거친 독재자로서 수많은 무고한 자의 피를 흘린 범법자, 북녘 지도자에게도 오시옵소서. 그를 옹호하는 북의 고위지도층에게도 오시옵소서. 주께서 북한 복음화를 이루실 때 아래에서 위로뿐만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도 복음이 열리도록 역사하소서. 이들에게도 때가 지나가기 전에 회개의 기회를 주옵소서.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하여!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통일기도문 해설

기도문의 첫 문단은 성탄의 정신이 하나님의 ‘자기 수축(self-contraction)’임을 드러냈다. 무한하신 하나님이 자기 자신을 수축하셔서 유한한 몸으로 성육신한 것이다. 2018년 성탄절을 맞이하면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마음을 기도로 드린다.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 평화의 도구로 쓰임 받기를 간구한다.

본 단락에서 의미 있는 부분은 인간의 죄악을 소멸하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다. 무한하신 존재자께서 유한한 육신으로 오실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죽기까지 자기 자신을 내어놓으심(self-giving)은 곧 자가 비움(kenosis)이다. 성탄으로 보여주신 하나님의 수축, 자신을 내어주심, 자기 비움의 인격은 평화의 도구로 쓰임 받기 원하는 그리스도인이 본받아야 할 성품이다. 한반도의 분단을 평화로 바꾸고 통일을 세워나갈 그리스도인이 지녀야 할 인성이다. 분쟁을 평화로 바꿀 그리스도인의 성품은 ‘자기 축소’ ‘자기 기부’ ‘자기 비움’으로 나타난 성육신 및 십자가에 달림을 본받아야 한다.

반대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자 평화 통일을 이용하는 정치가는 복음의 방향과 역행한다. 오히려 평화와 번영, 통일이 아닌 또 다른 분쟁만을 창출하는 어리석은 자가 된다. 성탄의 정신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때 권력욕을 비우고 자신을 축소하는 아기 예수를 본받길 원하는 내용을 드러냈다. 독일 서독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에 가서 스스로를 축소하고 자신을 비우며 자기를 내어주고 무릎을 꿇었던 모습은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후대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독일이 통일국가를 이루면서 독일의 영토가 확장된 것이 아니라 줄어든 것도 같은 원리다. 독일 통일을 이룬 주요 지도자들은 그리스도인이었다. 이들이 평화 통일을 이루면서 자기 축소를 자연스럽게 제도와 법으로 녹여낼 수 있던 것이 아니겠는가.

두 번째 문단은 분단된 한반도가 추구하는 아름답고 온전한 남북한 공동체의 원형인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성을 드러냈다. 삼위 하나님은 서로에게 온전히 개방(openness)돼 있고 서로에게 온전히 내주(indwelling)해 있고 서로를 온전히 관통(interpenetration)하며 보편과 특수의 균형을 이루시는 전일성(catholicity)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 온전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 땅에서 이루고자 화평의 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한다. 또 그 아름다운 삼위일체 공동체가 한반도에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한다.

중국과 미국 그리고 남북한 지도자에게 성탄의 빛을 밝혀서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 상호 유익이 되는 이웃 국가들이 되길 기도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하나가 되기를 기도한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더 가지고자 서로 으르렁대는 국가 지도자들은 결코 평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이념으로 충돌하므로 평화를 창출할 수 없다. 서로 열려있고 내주하며 관통해 서로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있는 공공선(common good)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

마지막 문단은 성탄의 빛이 흑암 중에 있는 2500만 북녘 백성에게 비춰달라고 간구했다. 북녘땅의 그루터기 성도와 지하 성도의 숫자는 통일 후에 정확히 파악되겠으나 지금 이 시각에도 저마다의 장소에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이들에게 성탄의 빛을 비춰줄 것을 간곡히 기도했다. 북녘땅에 장마당이 급증했다. 돈주는 더 가진 자가 되지만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려 물건을 판매해 가족을 부양하는 일반 주민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성탄이 임한다면 얼마나 힘이 되고 위로가 될까.

중국 등 제3국에 흩어진 북한 여성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낳은 자녀만 1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통일국가에서는 이들과 자녀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내 통일국가 시민으로 당당히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지금 견뎌내고 있는 그 척박한 환경에 성탄의 빛이 밝혀지기를 기도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3만2000여 명의 탈북민이 겪는 소외감과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걱정으로 악몽을 꾸며 고통받는 이들에게 성탄의 빛이 밝혀지기를 기도했다.

복음의 증거 대상에 배제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떠한 흉악한 범죄자일지라도 복음을 듣고 회개할 기회를 주는 것이 복음의 정신이다. 수많은 무고한 자들의 피를 흘리며 세워지고 유지돼 온 북녘 지도자와 권력자에게도 성탄의 빛이 밝혀지기를 기도했다.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