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1호 기소’ 임종헌 재판, 수사기록 열람·등사 놓고 또 신경전

입력 2018-12-19 16:59 수정 2018-12-19 17:04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도 공전하고 있다. 19일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도 검찰과 변호인은 수사기록 열람·등사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 기소할 계획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자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 2회 공판기일에서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단은 수사기록 열람·등사 문제가 해결돼야 공소사실에 대한 임 전 차장 측의 구체적 의견과 입증 계획 등을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승원 변호사는 “지난 공판준비기일 이후 검찰이 추가로 내줄 수 있는 기록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요청한 다음날 검찰이 일부 파트에 대해서는 통째로 기록을 열람·등사하라고 했다. 하지만 양이 방대해 복사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아직 피고인은 기록을 보지 못했다”며 “기록을 다 봐야 부분적으로 심리를 진행할지, (전체 기록을 다 보고) 종합적으로 심리를 진행할지 말씀드리는 게 순리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재판장님이나 다 바쁘고 어려운 시간인데 재판이 공전되고 있다”며 “최대한 제공된 범위 내에서 (기록을) 일부라도 보고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 증거 및 증인신청 방향을 밝혀줘야 재판이 건설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맞섰다.

앞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 위배 여부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피고인을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한다는 원칙이다. 서류나 다른 증거물들을 첨부해 재판부로 하여금 예단을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은 임 전 차장 공소장이 일본주의를 위반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날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경우 5년이란 장기간 동안 행정처와 법원 내부에서 은밀히 이뤄진 범행”이라며 “여러 목적에 따라 이뤄졌고 공모관계 또한 다양해서 여러 사정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기준을 판단할 때 법관에게 예단이 생겼는지, 실체 파악에 장애가 됐는지 각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판단해야한다고 판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근 변호사는 “244쪽에 달하는 사법 사상 최장의 공소장을 읽으면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회고하는 백서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며 검찰의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공소장에는 이미 피고인이 유죄로 보일 정도로 검찰의 상세한 의견과 부정적 평가가 다 들어있다”며 “피의사실 공표와 여론몰이 등 그동안의 검찰 수사과정상 문제점이 공소장에 집약돼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범죄 구성과 무관한 내용들이 과도하게 기재돼있는 등 공정한 재판의 첫 단추인 공소장부터가 불공정하게 만들어져있다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한 추가 기소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1월초 임 전 차장에 대해 추가 기소가 예정돼 있어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여유있게 잡아도 이의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록 열람·등사 문제 등을 고려해 내년 1월 9일 오후 2시 3회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키로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