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가장 외로운 시기가 세 번 찾아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교수 딥 제스트는 사람들이 20대 후반과 50대 중반, 80대 후반에 중간 단계에서 심각한 수준의 외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고 18일(현지시간) 국제노인정신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27세부터 101세까지의 샌디에이고 주민 340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나이가 들수록 외롭다는 기존 상식과 다르게 20대와 50대도 삶에서 가장 고독한 시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스트 교수는 “20대 후반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라며 “또래보다 나은 결정을 하지 못한 것 같을 때 스트레스를 받고 외로움도 더 자주 느낀다”고 설명했다. 보통 진로가 결정되는 20대 후반에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되면 죄책감까지 들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체적 노화를 체감하게 되는 50대 중반도 외로움을 빈번하게 느끼는 때다. 제스트 교수는 “건강이 쇠약해질수록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고독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50대 중반에 당뇨병과 심장병 등의 초기 단계 진단을 받게 되는 것도 외로움을 느끼는 원인이다.
80대 후반에는 주변 환경 탓에 고독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 시기다. 이때는 재정 악화, 배우자와 지인의 죽음 등 다양한 문제로 외로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제스트 교수는 “80대 후반이 ‘3대 고독기’ 중 가장 잘 납득될 만한 시기”라고 말했다.
외로움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제스트 교수는 ‘지혜(wisdom)’가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혜의 수준이 높은 사람은 쉽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일반상식, 감정 관리 능력, 공감능력 및 공정심, 통찰력, 개방성, 결정 능력 등으로 연구 대상의 지혜를 측정했다.
그러면서 제스트 교수는 “외로움은 주관적인 고통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관계와 실제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 간 차이가 외로움”이라고 설명했다. 외로움이 단지 홀로 있는 것이나 친구가 없는 상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앤서니 옹 코넬대 인간개발학과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외로움이 인지 능력 등 지혜와 상관관계에 있다는 결과는 새롭지만, 더 자세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