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화’라는 말이 월드 챔피언십(롤드컵)부터 심심찮게 거론됐다. ‘LCK화’란 ‘지지 않는 경기를 위한 최적화’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리스크가 큰 플레이보다 정확한 공식을 세워 승리를 쟁취하는 경기 운영 방식이다.
‘최적화’가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건 롤드컵에서 증명됐다. 과감한 플레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패치의 영향도 크지만, 공격적인 메타를 선호하는 다른 지역팀들에 젊은 피가 수혈된 것도 한몫했다. ‘퍽즈’, ‘캡스’ 등 새로운 얼굴들이 중심을 잡은 팀들은 여지없이 높은 무대를 밟았다. 기량이 만개한 ‘루키’ 송의진은 르블랑, 제이스 등 공격적인 챔피언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이 같은 양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8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2018 KeSPA컵은 다음 시즌 버전으로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메타를 미리 가늠하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대회다. 이적시장이 막 끝난 뒤라 선수 구성상 다양한 조합이 나오고, 각 팀이 준비한 갖은 메타가 윤곽을 드러낸다. 대회 첫째 날 경기는 롤드컵의 연장선이었다. 지지 않기 위한 경기, 지나치게 안정적인 플레이는 독이 됐다. 반면 이기기 위해 달려든 팀은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된 KeG 서울은 차기 시즌 LCK 강호로 꼽히는 한화생명 e스포츠를 잡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1세트는 한화의 차지였다. 한화는 카운터 정글과 1차 타워 대미지 딜링, 이즈리얼의 ‘도벽’을 활용해 꾸준히 골드를 파밍하며 킬을 올리지 않고도 차근히 골드 격차를 벌렸다. 경기 시작 후 20분이 지나서야 첫 킬이 나왔을 정도로 지루한 경기가 이어졌고, ‘상윤’의 이즈리얼을 잘 성장시킨 한화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서울 KeG의 피드백은 빨랐다. 1세트에서의 무난한 패배를 학습한 서울은 2, 3세트에선 과감한 플레이로 한화의 목덜미를 쥐었다. 잇달아 올라프를 고른 ‘엘림’ 최엘림이 끊임없이 전투를 유도했고, 강력해진 타워에 서슴없이 달려들어 상대 라이너를 압박했다. ‘구마유시’ 이민형의 케이틀린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이변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시즌 2부 리그(챌린저스)에서 6위에 머물렀던 GC 부산은 MVP를 2대 0으로 셧아웃시키며 1라운드 8강에 올랐다. 부산은 1세트부터 아칼리, 아트록스, 카직스 등 돌진 챔피언을 꺼내 MVP를 압도했다. MVP는 CS 주도권을 앞세운 운영을 했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부산의 러시에 버티지 못했다. 그나마 0데스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조이(엣지)마저 부산의 4인 다이브에 쓰러져 경기를 그르쳤다.
2세트에서 MVP는 드래곤 파밍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다. 부산은 라이즈, 빅토르, 킨드레드 등을 전진 배치해 킬 포인트를 쌓은 데 이어 과감한 내셔 남작 사냥을 잇달아 시도하며 MVP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버프를 두른 뒤에는 과감한 측면 공략으로 스노우볼링을 굴렸고, 전투마다 MVP 챔피언은 무기력하게 쓰러졌다. MVP는 역전을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반면 부산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부산은 직전 시즌 1부 리그에 머물던 팀을 잡는 성과를 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