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치고 현장체험학습을 떠난 고3 학생 10명이 펜션에서 참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이에 예방책이 될 수 있는 일산화탄소 경보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강원도 강릉시 경포 아라레이크펜션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건 18일 오후 1시10분쯤이었다.
소방대원이 사고 현장인 펜션 내부에서 측정한 일산화탄소 수치는 기준치(9~25ppm)보다 최소 6배 이상인 150ppm이었다. 펜션 주인의 신고로 소방대원이 출동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피해 학생들이 실제 마신 실내 공기의 일산화탄소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면 일산화탄소 수치가 평균 50ppm일 경우 60~90분 이내로 경보음이 울리고, 100ppm에서는 10~40분, 300ppm이 넘어가면 3분 이내로 반복해 울린다. 만약 펜션에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었고 가스 농도가 150ppm를 웃돌았다면 경보기는 최소 10분~40분 동안 울려 위험을 알렸을 것이다. 당연히 경보를 듣고 학생들이 현장을 빠져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설사 아이들이 이미 가스에 중독돼 스스로 탈출할 수 없는 상태였더라도 최소한 펜션 주인은 상황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LPG, 등유, 연탄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라 흡입해도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 알아차리기 힘들다. 일산화탄소 흡입 시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빈혈을 일으키다 산소 결핍으로 목숨까지 위협한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 동안 보일러 가스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로 48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다. 사고 원인으로는 배기통 이탈, 배기통 설치기준 미준수 등과 같은 배기통 관련사건이 56.5%로 가장 많았다.
지속적인 사고와 위험성에도 우리나라에서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야영 시설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규를 마련했지만, 펜션은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2010년쯤부터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해 왔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가격대는 6000원부터 180만원까지 다양하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고체 연료 연소 장치가 있는 곳에 설치하는 게 좋다. 권장 설치 높이는 머리 높이 정도로 연료 연소 장치에서 약 1~3m 위가 적당하다. 너무 높은 벽면이나 구석은 감지가 잘 안 될 수 있다. 또 창문, 환풍기 근처 등 공기 흐름이 원활한 곳이나 경보기 센서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화학물질 근처에는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