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무리뉴의 침울함… 3년차 악몽 재연

입력 2018-12-19 13:04 수정 2018-12-19 13:39
주제 무리뉴가 18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직에서 경질된 후 숙소에서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부임 3년차는 주제 무리뉴 감독에게 굉장히 상징적인 해다. 성공가도를 달렸던 팀이 3년차에는 추락했다. 전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에서도 그랬다. 지독한 3년차 징크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계속됐다.

맨유는 18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리뉴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노고와 업적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그의 미래에 성공이 있길 바란다”는 짧은 인사와 함께였다. 2015년 12월 18일, 첼시 사령탑에서 경질된 지 정확히 3년 만이었다. 알렉스 퍼거슨에 이어 맨체스터에서 장기집권을 꿈꾸던 무리뉴 감독의 꿈은 3년을 채우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무너졌다.

맨유의 성적은 199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이후 최악이다. 17경기를 치르고 단 7승(7승 5무 5패)에 그쳤다. 선두 리버풀에 승점 19점 차로 뒤처져 사실상 우승 경쟁은 끝났으며, 현실적인 목표인 4위권의 마지노선 첼시와의 격차도 11점 차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잡음도 많았다. 무리뉴 감독은 주축 선수들인 폴 포그바와 앙토니 마르시알, 알렉시스 산체스와 꾸준히 불화설에 휘말려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번 시즌까진 무리뉴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마땅한 대안도 없을뿐더러,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일 숙적 리버풀전(1대3 패) 졸전이 직격탄이 됐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도 슛 숫자(6-36)와 점유율(36-64%)에서 모두 압도당했던 경기였다. 경기를 지켜본 맨유의 경영진들은 결국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즌 중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잠시 소방수 역할을 맡으며 임시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은 마이클 캐릭 코치. 캐릭은 2006년 토트넘에서 맨유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퍼거슨호의 일원으로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난 4월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코치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맨유 선수들은 19일 캐릭의 지휘 아래 정상적으로 올드 트래퍼드 훈련장에 나타났다.

유력한 후임으로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인 지네딘 지단이 거론되는 가운데, 로랑 블랑 전 파리 생제르맹 감독과 안토니오 콘테 전 첼시 감독 역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주제 무리뉴가 18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직에서 경질된 후 숙소에서 떠나고 있다. AP뉴시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