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기술로 배터리의 모양을 자유롭게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신소재공학과 김일두 교수 연구팀과 미국 하버드 공과대학 제니퍼 루이스(Jennifer A. Lewis)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배터리 디자인의 자유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배터리를 반지 모양, 대문자 알파벳 H·U 모양 등 원하는 구조로 자유롭게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사용되는 배터리는 대부분 원형이나 사각형 구조로 모양이 제한돼 있다. 디자인이 다양한 소형 전자소자는 부피의 대부분을 배터리 저장장치가 차지하기 때문에 효율을 위해 배터리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이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자유로운 디자인의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친환경 물 기반 아연 이차전지(Zn-Ion battery)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연이온(Zn2+)을 전하 운반체로 사용하는 이 시스템은 물을 전해질의 일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인화성이 높은 유기용매를 전해질로 쓰는 기존의 리튬 이차전지보다 안전하다.
특히 3D 프린터로 플라스틱 패키징을 적용할 때도 물이 플라스틱을 녹이지 않기에 보다 간편하게 패키징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자유로운 형태로 재단할 수 있고 고속 충·방전이 가능하도록 양극을 설계하기 위해 전기방사 기술을 이용한 ‘탄소섬유(Carbon fiber) 전류집전체’도 제조했다.
이후 전기화학적 활성이 높은 폴리아닐린 전도성 고분자를 탄소섬유 표면에 균일하게 코팅해 전류집전체 일체형 양극을 만들었다.
폴리아닐린 기반 양극은 2분에 50%를 충전하는 등 충전 속도가 빠르고, 활물질의 손실 없이 쉽게 재단할 수 있어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제작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수용성 전해질을 이용하는 아연 이차전지는 일반 대기 환경에서 배터리 패키징 조립을 할 수 있어 맞춤형 배터리 팩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며 “초소형 마이크로 로봇의 외형에 적합한 전력 장치나 특이한 디자인의 소형 전자소자의 저장장치로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찬훈 박사, 하버드 공과대학 안복엽 박사가 공동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12월호에 게재됐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