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18일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피해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10대 학생들이 인솔교사도 없이 ‘우정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것은 학교 측 책임이 크다는 논리다. 반면 학교 측에 대한 과도한 비난은 펜션 보일러실의 연기가 어떻게 내부로 유입됐는지를 밝혀야 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대성고 학생 10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자 온라인에서는 학교 측의 대응을 비난하는 반응들이 잇따랐다. 주요 근거는 사고를 당한 서울 대성고 학생 10명이 단체 체험이 아니라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해 강릉으로 떠났다는 점이다. 개인체험학습은 학생들이 학기 중에 가족여행이나 역사유적지 탐방 등을 스스로 계획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부모 동의 하에 담임 교사에게 신청서를 내고 학교장이 허락하면 평일에 학교에 오지 않아도 출석한 것으로 인정된다. 다만 단체 체험과 달리 인솔교사가 동행하지 않아도 된다. 대성고 학생 10명은 17~24일 개인체험학습을 신청했고, 17일 서울역에서 낮 12시1분 KTX열차를 타고 강릉으로 떠났다. 대성고는 3학년 학생들에 한해 이 기간 동안 수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 측에 비난을 쏟아내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 학생들이 졸업을 두 달여 앞둔 ‘예비성인’인데다 부모 동의를 받아 여행을 떠났다가 화를 입은 사건에서 자칫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시를 마무리한 고3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학내 프로그램이 없다는 지적은 가능하지만 이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 전체과 연결된 문제인 만큼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참사에서 핵심적인 이슈는 가스를 배출하는 연통이 왜 보일러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는지, 점검이 미흡했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소방당국이 현장에서 구조할 때 학생들이 묵었던 201호의 실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으로 정상치(8시간 20ppm)의 약 8배였다. 측정 전에 구급대가 즉시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의식을 잃었을 당시 농도는 이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고가 난 펜션에는 가스누출 경보기가 설치되지 않았을뿐 아니라 허술한 안전점검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강릉시는 지난 7월 해당 건물이 펜션으로 영업을 시작할 때 소방 관련 사항을 점검했지만 가스 점검의 경우 지자체의 담당이 아니어서 따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육당국은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들끼리 장기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대성고 학생과 교사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아이들과 관련된 모든 학생안전 매뉴얼과 규정을 재점검하겠다”며 “수능 이후 한 달 간 마땅한 교육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전수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