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응찰부터 2573만 달러까지’ 포스팅 시스템의 명과 암

입력 2018-12-19 10:19 수정 2018-12-19 11:39

지난해 겨울 일본 열도는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3)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로 들썩거렸다. 올해는 좌완투수 기쿠치 유세이(27)가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50㎞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고, 올해는 세이부 라이온스의 퍼시픽리그 우승을 이끈 투수다. 기쿠치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협상 마감 시한은 내년 1월 3일까지다. 일본 언론에선 기쿠치의 몸값으로 최대 100억원 이상 나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쿠치가 메어저리그에 도전하는 방식은 포스팅 시스템이다. 비공개 경쟁 입찰이다. KBO리그에도 있다. 2001년 7월 개정된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근거 조항이 있다. 자유계약(FA) 선수 신분이 아닌 KBO 구단 소속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고 할 때 활용하게 된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1시즌만 뛰어도 포스팅 시스템 입찰이 가능하지만 KBO리그의 경우 7시즌을 뛰어야 가능하도록 규약에 정해져 있다.

지난 7월 한·미 선수계약협정이 일부 개정됐다. 지금까지는 포스팅 비용을 가장 많이 써낸 팀에 단독 교섭권이 생겼지만, 앞으로는 포스팅을 요청하는 선수는 자신의 영입을 원하는 모든 팀과 30일 동안 협상할 수 있게 됐다.

또 포스팅 시스템으로 KBO 구단이 받는 이적료도 세분화됐다. 선수의 보장 계약금액이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MLB 구단은 선수의 보장 계약금액의 20%를 KBO 구단에 주도록 했다. 또 2500만 달러 초과∼50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최초 2500만 달러의 20%와 2500만 달러를 초과한 금액의 17.5%를 KBO 구단에 줘야 한다. 또 전체 보장 금액이 5000만 달러를 넘을 경우 최초 2500만 달러에 대한 20%와 2500만 달러 초과∼5000만 달러 사이 금액에 대한 17.5%, 그리고 5000만 달러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더해 KBO 구단에 지급해야 한다.

포스팅 요청 기간은 기존에는 11월 1일부터 다음 연도 3월 1일까지였으나, 1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로 단축됐다. 미·일 선수계약협정 개정안과 동일해졌다.

포스팅 시스템에 도전한 주요 선수를 보면 1998년 LG 트윈스 이상훈(47)이 포스팅 시스템에 입찰해 60만 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낙찰됐지만 소속팀 이적 거부 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이때는 정식 포스팅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이었다. 두산 베어스 진필중(46)은 2002년 2월 입찰했지만 응찰 구단이 없었다. 그해 12월 재입찰했지만 2만5000달러라는 낮은 금액에 낙찰돼 이적이 성사되지 않았다. 임창용(42)도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02년 65만 달러에 낙찰됐지만, 삼성에 잔류했다.

실제 이적이 이뤄진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최향남(47)이다. 낙찰 금액은 101달러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실제 이적했다. 그리고 2012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31)이 LA 다저스에 2573만여 달러에 낙찰돼 미국으로 떠났다.

2014년에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30)이 포스팅 시스템에 응찰해 텍사스 레인저스에 낙찰됐지만 낮은 금액으로 인해 이적이 이뤄지지 않았다. SK 와이번스 김광현(30)도 같은 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200만 달러에 낙찰됐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같은 해 넥센 히어로즈 강정호(31)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500여만 달러에 낙찰돼 이적했다. 이듬해 넥센 박병호(32)도 1285만 달러에 미네소타 트윈스에 낙찰되면서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나 롯데 손아섭(30)과 황재균(31)도 같은 해 응찰했지만 응찰에 응한 구단이 없었다.

NC 다이노스 나성범(29)은 내년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서다.2013년부터 1군에서 뛴 나성범은 내년 시즌을 마치면 7시즌이 채워진다. 나성범은 통산 6시즌 동안 966안타, 141홈런, 타율 0.315를 기록했다. 603타점, 584득점을 올렸다. 88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장타율은 0.530, 출루율 0.3812이다. 실책은 31개를 범했다. 한 시즌 평균 161안타, 23.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평균 100타점 이상을 올렸다. 한 시즌 평균 15개의 도루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호타준족의 선수다. 여전히 수비는 문제가 있다.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욕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NC는 올해 꼴찌로 추락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팀 성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결국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는 나성범의 내년 활약과 팀성적에 달려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