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총재의 이례적인 걱정, “자신 이익만 앞세우면 지켜낼 수 없다”

입력 2018-12-19 08:35 수정 2018-12-19 09:5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8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총재는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성과를 이뤘지만, 고령사회에서 어떻게 경제활력을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도 안겨준 한 해"라고 올해를 돌아봤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각 경제주체가 자신의 이익만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경제 상황을 돌아보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었는데, 중앙은행의 총재로서는 이례적인 진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만으로는 경기 회복을 돕기 힘들다는 일종의 한계를 토로한 셈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활력을 찾으려면 지금부터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메시지를 꺼냈다. 이익만 앞세우는 태도를 경계한 말에 기자단의 질문은 이어졌다.

이 총재는 원론적인 말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어왔던 업종이 상당수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드리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결국 최근 국내 경기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고용시장의 난제를 짚은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간 고용시장에서는 광주형일자리, 카풀제 등 각 경제주체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들이 많았다. 이 총재는 “체감경기와 투자 그리고 특히 고용사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올해를 돌아봤다. 카카오택시를 예로 들며 “정부의 여러 가지 결정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도 말했다.

앞으로의 먹거리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 11월 한중일 중앙은행 회의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 들른 경험을 말하기도 했다.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우리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 느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물론 반도체가 우리의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될지 자신할 수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잦아들지 않는 미·중 무역분쟁, 저출산과 고령화도 이 총재의 이례적인 토로를 낳은 배경이었다. 그는 “금년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는 최초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사회 진입이 확정된 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을 산업을 빨리 키워야 우리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