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격려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이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신 전 구청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안동범)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4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이런 자리에 서게 돼 정말 부끄럽다”며 울먹였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고초를 겪고 실망하고 상처 받아 가슴이 아프고 죄송하다”고 한 신 전 구청장은 “나의 뼈저린 후회와 뉘우침을 통찰해 관대한 처벌을 간청한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신 전 구청장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강남구청 각 부서에 지급되는 격려금과 포상금 등 93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신 전 구청장은 비서실장 이모씨에게 격려금 등을 보관하도록 했고 이 돈을 동문회 회비, 지인 경조사, 명절 선물 구입, 정치인 후원, 화장품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전 구청장은 또 2012년 10월 강남구청이 요양병원 운영을 위탁한 의료재단에 제부 박모씨를 취업시키라고 강요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지난해 7월 횡령 사건 증거를 없애기 위해 강남구청 전산서버 데이터를 삭제하도록 강남구청 관리자급 간부인 김모씨에게 지시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 8월 열린 1심 재판부는 “모든 혐의를 부인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거인멸 교사에 대해서는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횡령, 직권남용,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에서도 신 전 구청장 측은 여전히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신 전 구청장 측 변호인은 “지금도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격려금 내역이 공개되는데 이를 5년 간 횡령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횡령 혐의가 무죄 선고되면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부속해 죄가 성립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변호인 측은 강남구청 관리자급 간부인 김씨가 결심해 벌인 일을 방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취업청탁 혐의에 대해서도 신 전 구청장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신 전 구청장은 실제 창의적인 청렴 제도를 만들 정도로 청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본인이 공무원으로 열심히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며 평생을 살았고 기본적으로 청렴도는 물러설 수 없는 직업 윤리관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신 전 구청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7일에 2심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앞서 신 전 구청장의 지시로 증거를 인멸해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지난달 7일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