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펜션인데요, 애들 입에 거품이…” 다급했던 신고 전화 녹취록

입력 2018-12-19 05:01
18일 오후 1시12분께 강원 강릉시 저동 모 펜션에서 투숙 중이던 내년도 수능시험을 끝낸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강릉아산병원 등 3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경찰관들이 사건 현장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지난달 수능시험을 치른 고교생 10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가운데, 현장을 가장 처음 발견한 업주의 119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다.

펜션 주인이 학생들을 발견한 것은 18일 오후 1시15분쯤이다. 이들은 펜션 건물의 2층, 그중에서도 복층 구조의 객실에 묵고 있었다. 전날인 17일 오후 4시쯤 입실한 학생들은 2박3일간 머무를 예정이었다. 주인은 중간 점검차 해당 객실에 방문했다가 학생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게 됐다.

MBC가 공개한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펜션 주인은 “여기 저동 펜션인데요, 사우나 자리”라며 위치를 설명한 뒤 “수능 끝난 학생들이 보호자 동의 하에 숙박을 했는데, 아이들이 무엇을 했는지 10명 모두 안 일어나고 있다”고 다급히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면서 “아이들이 안 나와서 문을 두드려 봤지만 나오지 않았고,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다 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놀란 119 대원이 “쓰러져 있다고요?”라고 묻자 펜션 주인은 “빨리 차 좀 보내 달라”고 다급히 외쳤다. 대원은 다시 “10명 모두 안 일어나느냐, 숨 쉬는 건 어떠냐”고 물었고, 주인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 숨 쉬는 건 확인을 못 했다”고 답했다.

최초 신고 전화는 1분43초 만에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119 구조대는 약 10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참변을 당한 학생 10명은 서울 대성고 문과반 3학년으로, 학교에 개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여행을 떠났다. 이 중 3명이 숨졌으며 나머지 7명은 인근 병원으로 분산이송돼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다만 7명 가운데 2명이 위중한 상태다.

학생들이 묵던 객실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정상 수치(20ppm)의 8배 가까운 155ppm이 나왔다. 병원에서 측정한 학생 7명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도 25~45%로, 정상(3% 미만)보다 훨씬 높았다. 강릉소방서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객실 베란다 쪽에 보일러실이 있었다. 현장 감식 과정에서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상태였고, 가스누출경보기가 없는 점 등이 확인됐다. 경찰은 19일 보일러 기계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정밀 감식할 계획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