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의 모 펜션에 묵던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해당 펜션의 보일러 배관이 어긋나 있던 것으로 조사된 데다가, 나머지 7명의 체내에서 정상 수치보다 훨씬 높은 일산화탄소 농도가 측정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고 현장 감식 결과 1.5m 높이의 가스보일러 배관과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육안상으로 가스누출경보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15분쯤 강릉 저동의 한 펜션에서 대성고 3학년 남학생 10명이 입에 거품을 물거나 구토하는 상태로 발견됐다. 펜션 주인이 119에 신고해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명이 끝내 숨졌다. 나머지 7명은 강릉아산병원, 원주기독병원 등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지만 2명이 위중한 상태다.
병원에서 측정한 학생 7명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로, 정상(3% 미만)보다 훨씬 높았다. 사고 직후 학생들이 묵던 객실 내부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을 때도 정상 수치(20ppm)의 8배 가까운 155ppm이 나왔다.
일산화탄소는 탄소가 포함된 물질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무색·무취·무미·비자극성 가스다. 사람이 호흡할 때 마시는 공기의 20%가 산소인데, 그중 0.2% 정도의 일산화탄소만 포함돼 있어도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산화탄소가 폐로 들어갈 경우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산소 보급을 가로막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숨진 학생 3명이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를 오랜 시간 흡입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를 당한 학생 대부분은 대학에 합격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수능 시험을 치른 뒤 입시가 마무리된 기념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17일 오후 4시쯤 펜션에 입실했고, 19일 퇴실할 예정이었다. 펜션 주인은 학생들이 노는 소리를 18일 오전 3시까지 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