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적 구조조정 필요, 한계차주도 이자 감내 가능…” 기준금리 인상 부른 가계부채

입력 2018-12-18 17:10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 들어서는 모습.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실물 경기의 둔화 우려가 있는 상황이지만,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 포인트 높인 이유는 결국 ‘금융불균형’이었다. 다수의 금통위원은 집값 상승의 기대감이 꺾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을 우려했다.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금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었다.

18일 한은이 공개한 제22차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많은 금통위원은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융불균형의 누적 문제를 언급했다. 금융 당국의 DSR 규제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긴 하지만, 10월의 통계를 보자면 여전히 그 증가속도가 소득보다 빠르다고 많은 금통위원은 걱정했다.

위축된 경기와 차가워진 고용 현황, 충분하게 오르지 못한 물가 등은 금리 인상 결정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금융안정에 중점을 둬야 할 시기라는 공감대가 이 같은 부담들보다 컸다. 한 금통위원은 빚의 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던 시절이 지났다며 금리를 올리자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상태, 부동산의 과잉 공급으로 볼 때 부채 증가가 잠재성장률 확대를 견인하지 못한다”며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확대,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부채의 ‘풍선효과’를 걱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표명됐다. 금리 인상을 주장한 또다른 한 금통위원은 “수 차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민간부문의 레버리지가 계속 상승했다”며 “어느 정도는 완화적 금융상황을 배경으로 작지 않은 대출수요가 잠재해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은 ‘근본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말과 함께 언급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가 인상될 경우 취약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지만,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비춰볼 때 감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리 동결이 필요하다는 위원은 2명이었고, 이들의 주된 근거는 미·중 무역분쟁의 심화와 경기 둔화였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도 상승률의 확대속도가 여전히 완만한 가운데 내년도 (성장)경로의 하방위험이 미세하게 커진 모습”이라며 “금번 기준금리는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금리 인상의 근거를 찾는다면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겠지만, 그 대응 수단이 건전성 정책이 아닌 통화정책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기준금리가 연 1.50%로 동결돼야 한다고 주장한 다른 금통위원은 “중국과의 경기 둔화가 무역 분쟁 및 부채조정 과정에서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사회적 편익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하방 위험의 확대라는 비용만큼은 명확해 보이지 않느냐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금통위원의 주장도 소수의견으로 남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