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제발 저희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멘 출신 남성 알리 하산(22)은 눈물을 흘리며 기자들에게 호소했다. 그의 두 살배기 아들 압둘라 하산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병원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매일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압둘라는 마지막 순간에 엄마의 손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 탓에 예멘인인 그의 엄마 샤이마 스윌레흐는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 CBS방송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여행금지명령(반이민 행정명령) 때문에 선천성 뇌질환으로 죽어가는 2살 아들을 만나지 못하는 예멘인 엄마의 사연을 보도했다.
‘저수초형성 신경증’을 앓고 있는 압둘라는 지난 10월 치료를 받기 위해 아빠 알리와 함께 미국으로 들어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병원에 입원했다.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알리는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지만, 예멘 출신인 엄마 샤이마는 여행금지명령에 따라 비자를 얻을 수 없었다. 여행금지명령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동한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예멘 이란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등 일부 이슬람권 국가들과 북한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는 동안 압둘라의 병세는 나날이 악화됐다. 알리는 “아들은 정말, 정말 아파하고 있고 그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CBS방송에 말했다. 샤이마는 아들과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하기 위해 인도적 차원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의 예외를 적용해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청원했지만, 미 국무부는 이를 묵살했다. 알리는 “아내는 매일 운다고 한다. 그가 바라는 건 아들의 손을 꼭 잡아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미국이슬람관계이사회(CAIR) 소속 변호사 사드 스웰일렘은 “아이를 잃는 것은 어떤 부모도 겪어선 안 되는 고통”이라며 “압둘라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건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함”이라고 비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한 인터뷰를 거부하면서도 “국경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 이민법을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BBC방송에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