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소속 의원의 탈당과 다른 야당의 ‘의원 빼가기’ 시도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18일 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을 향해서는 신동엽 시인(1930~1969)의 시 ‘껍데기는 가라’를 헌사했고, 자당 소속이면서 민주평화당 활동을 해온 비례대표 3인방(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을 평화당으로 보내달라고 한 평화당을 향해서도 ‘생떼’ ‘도둑’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비난했다.
김정화 대변인은 오전 이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 의원 탈당과 관련해 이 시를 인용한 뒤 “그리고 자기 것이 아닌 것은 놓고 가라”고 말했다. 하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바른미래당 몫으로 배정된 국회 정보위원장 직을 내려놓고 가라는 의미다. 앞서 손학규 대표도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는 것이지만,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가지고 가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당하고 지당하신 말씀”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의원은 이어 “차제에 손 대표도 ‘절 싫다고 나간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세 분 의원을 보내주는 것이 손 대표 말씀과 합당하다 생각한다. 세 의원은 이부자리는 갖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박·장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비례대표에 입성했지만 지난 2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평화당에서 대변인 등 당직을 맡으며 활동해왔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김 대변인은 ‘생떼 부리는 평화당에 드리는 고언(苦言)’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비례대표는 유권자가 정당에 투표하여 선출됐다. 그렇게 당선된 비례대표가 소속 당을 떠나, 다른 당에서 활동하는 것은 해당행위를 넘어서 국민을 대놓고 속이는 행위”라며 “이해관계에 따라 민심을 어긋난 행위를 대놓고 조장하는 평화당이 선거법 개정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이어 “평화당에서 활동하려면 3명의 비례대표는 배지를 놓고 나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의 날선 반응은 이 의원 탈당 이후 예상되는 야권 정계개편을 앞두고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내 일부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도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바른미래당을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바른미래당 일각에서 대여투쟁 등을 명분으로 평화당 일부 의원들과 합당하자는 주장도 분출되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