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궁합?’ 이제는 ‘궁합’도 과학적으로… 일본은 이미 ‘인기몰이’ 중

입력 2018-12-18 15:31
NHK 캡처

“성향이 잘 맞았다. 신기했다” “이야기하기 편했다”

별자리, 혈액형 궁합을 넘어 ‘유전자’ 궁합의 시대가 도래했다.

NHK는 17일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전자를 비교해 궁합을 보고 교제를 시작하는 ‘곤카쓰(婚活·결혼을 위한 활동)’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궁합은 ‘DNA 곤카쓰’라 불린다.

‘DNA 곤카쓰’는 미리 유전자 검사를 한 남녀가 검사 데이터를 비교해 상대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면을 쓴 남성과 여성은 행사장에 마련된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나이, 직업, 연간수입 등은 묻지 않는다. 오직 검사 자료만으로 상대방을 찾는다. 상대와 DNA 궁합을 0~100% 수치로 나타내는데 그 수치가 70% 이상이면 ‘궁합이 좋은 것’으로 간주한다. 높은 수치가 나오면 맞선이 시작된다.

NHK 캡처

곤카쓰 서비스업체들은 ‘DNA 곤카쓰’의 근거로 ‘HLA 유전자의 형태가 닮지 않은 남녀일수록 궁합이 잘 맞는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HLA 유전자는 같은 종끼리 장기 등을 이식할 때 생기는 거부 현상에 관여하는 면역계와 관련된 유전자다. 체내 1만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스 베데킨트 스위스 베른대 교수는 1995년 HLA 유전자의 차이를 사람이 냄새를 통해 감지한다는 점을 이용해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여성에게 남성이 이틀 동안 입은 티셔츠의 냄새를 맡게 한 뒤 느낌을 얘기하도록 했다. 여성은 자신의 HLA 유전자와 닮지 않은 남성의 냄새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졌다.

HLA 유전자가 서로 다른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면역력이 높을 확률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 점이 궁합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전 행동 전문가인 야마모토 다이스케(山元大輔) 정보통신 연구기구 수석연구원은 “끌리는 감정이 유전자와 무관할 것 같지만, 사실 일정 유전자로부터 유발된다”면서도 “실제 부부 관계를 위해선 여러 변수가 있기에 DNA 궁합은 참고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위스와 미국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연구 결과를 근거로 DNA 궁합이 퍼져왔다. 현재 일본에서는 곤카쓰 서비스 회사 4개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DNA 곤카쓰’는 특히 20대 이용자가 늘고 있다. 이는 결혼 상대를 효율적으로 찾아내려는 경향으로 보인다. ‘곤카쓰’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일본 주오(中央)대학의 가족사회학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교수는 “(일본의 20~30대는) 거품 붕괴 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안전지향성이 강하다. 빨리 결혼해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며 “‘DNA 곤카쓰’는 상대를 잘못 만날 위험을 줄이는 서비스다. 이에 ‘일단 이용하고 보자’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