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종교탄압 광풍…유명 교회 잇따라 폐쇄 ‘올해 기독인 1만명 구금‘

입력 2018-12-17 17:40
중국 지하교회 급습해 조사하는 경찰. SCMP 캡처

중국 당국의 기독교 등 종교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넉달 사이 중국내 유명 지하교회 3곳에 폐쇄됐고, 신도들이 대거 공안에 체포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올해 당국에 체포돼 구금된 기독교인 수가 지난해 보다 3배나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17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중국 남부 광저우의 지하교회인 룽구이리 교회에 중국 경찰과 종교·교육 당국 공무원 등 60여 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룽구이리 교회가 불법집회, 불법출판, 불법 모금 등의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법 집행 통고서를 읽은 뒤 교회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당시 교회에는 어린이 성경학교도 열리고 있었다.

경찰은 신도들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도록 하고 제출받은 뒤 어린이들을 포함한 신도들의 개인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기록했다. 이들은 저녁 8시까지 10시간가량 교회에 머물면서 성경을 포함한 4000여 권의 서적과 재산 등을 압수했다.
중국 당국은 공지를 통해 “종교사무조례를 위반한 룽구이리 교회는 모든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며 “신자들은 당국의 인가를 받은 주변의 15개 교회에서 예배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매주 수천 명의 신도가 다니는 룽구이리 교회는 고(故) 새뮤얼 램 셴가오 목사가 1978년 건립해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다. 새뮤얼 램 목사는 중국 지하교회 개척을 선도했으며 지하교회 활동 이유로 20년 이상 수감생활을 했다. 2013년 사망 당시 그의 장례식에는 3만 명 이상의 추모객이 모이기도 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9월 베이징 최대 지하교회인 시온 교회를 폐쇄했고, 허난성에서는 4000여개의 교회 십자가가 철거되기도 했다. 또 지난 9일에는 쓰촨성 청두의 추위성약교회를 급습해 왕이 목사와 아내를 국가전복 선동 혐의로 구금했다.

특히 당국은 이 교회 신도 100여명을 함께 체포해 구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도한 종교탄압이란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에 체포됐다 풀려난 신도들은 다시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했으며 풀려난 뒤에도 경찰에게서 24시간 감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기독교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며 “추위성약교회 폐쇄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자비한 공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샘 브라운백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도 “중국은 종교의 자유에 있어 ‘우려되는 국가’로 지정된 10개국 중 하나”라며 “특히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종교 박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후 중국에서는 종교 탄압이 강화되고 있고, 올해 2월부터 중국 내 종교단체와 종교활동의 요건을 강화한 ‘종교사무조례’가 시행되면서 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차이나 에이드’에 따르면 올해 구금된 중국 내 기독교도의 수는 1만여 명에 달해 3000여 명이었던 지난해의 3배를 넘어섰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