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배재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중국인 유학생이 국내 최장수 문학단체 ‘호서문학’의 신인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7일 배재대에 따르면 이 대학 한국어문학 박사과정 왕리췬(王立群·32)씨가 2018년 ‘호서문학’ 여름 호에 자작시 5편을 출품, ‘잠’과 ‘환자’ 등 작품 2편이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등단에 성공했다.
왕 씨는 “중국인이 한국의 시를 공부한다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 마음이 시켜서 적은 글 몇 줄이 이렇게 큰 상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며 “한국에서 보낸 10여년 간 가장 기쁜 소식을 배재대에서 듣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2월 박사과정을 마치는 왕 씨는 중국 산시성 출신이다. 지난 2007년 배재대 한국어 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그는 이듬해 한국어문학과로 편입해 학부 과정을 마쳤다.
당시 교수들에게 배운 ‘글의 힘’은 그를 한국 현대문학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이후 왕 씨는 이화여대 석사를 거친 뒤 중국 위남사범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중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한국 현대문학을 배우고 싶다는 갈증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그는 결국 2016년 배재대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다시 돌아와 본격적으로 한국문학 공부에 매진했다. 배재대에서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듯, 마무리 역시 배재대에서 짓고 싶었다는 이유에서다.
왕 씨는 학위를 취득하면 고국으로 돌아가 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배움이 깊어질수록 ‘나는 인복(人福)이 좋다’고 생각해왔다”며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부터 지금까지 이끌어준 이영조 교수님, 현대문학의 문을 열어준 최문자 교수님, 시를 다잡아 준 강희안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