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파비뉴, 맨유 상대로 날아오르다

입력 2018-12-17 15:20
파비뉴가 17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볼을 몰고 전진하고 있다. AP뉴시스

파비뉴(25)가 기량을 꽃피우며 그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설움을 털어냈다. 파비뉴의 안정적인 경기운영 덕에 리버풀은 17일(한국시간) 영국 안필드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3대 1로 꺾었다.

이날 파비뉴는 볼을 운반하며 빠르게 전진했다. 그가 한 전진 패스는 무려 28개. 백패스는 2개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파상공세의 중심이 됐다. 상대 공격을 끊는 순간 파비뉴를 필두로 직선적이고 빠른 역습을 곧바로 시작했다. 경기 초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좀처럼 이렇다 할 공격기회가 오지 않자 직접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노려보기도 했다. 판단 역시 빨랐다. 그야말로 중원의 엔진과도 같았다. AS모나코 시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을 이끌었던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박스-투-박스 본능을 가진 나비 케이타와 파비뉴를 모두 선발 기용하며 공존시킨 것은 위르겐 클롭 감독으로서도 꽤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홈경기인 만큼 보다 직선적인 공격 전개를 하며 경기운영을 하겠단 계산에서였다. 케이타와 파비뉴 모두 조던 헨더슨과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제임스 밀너 등이 버티고 있는 리버풀에 중원 경쟁 속에 그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3대 1의 승리에서 알 수 있듯 둘의 공존을 실험한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헨더슨이 나설 당시 중원에서 다소 정적인 면이 있었다면, 그에 비교해 파비뉴와 케이타의 호흡은 공격전개 시 연계작용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었다.

전반 23분 경기의 분수령이 됐던 사디오 마네의 선제골도 파비뉴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마네의 움직임을 읽은 후 좁은 거리에서 정확한 로빙패스로 볼을 전달했다. 마네는 이를 놓치지 않고 가슴으로 이어받아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간 파비뉴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시즌 모든 대회 포함 12경기 출전하는 데 그쳤다. 그마저도 교체자원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일이 많았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선 개막 후 8경기 연속 결장하며 불화설과 이적설까지 뒤따랐던 그였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해 동료 및 코치진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역시 한몫했다.

이번 맨유전 활약은 그간 불안했던 그의 입지를 전환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비뉴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리버풀로선 천군만마와 같다. 필리페 쿠티뉴 이후 창의적인 패스를 뿌려줄 수 있는 중원 미드필더의 등장과 함께 수비에도 더욱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