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로 드러나는 생기부 의혹들, 아들 생기부 작성한 교사, 수상실적 봉사활동 부풀리기…

입력 2018-12-17 15:11 수정 2018-12-17 16:22


서울 주요 사립고교들이 수상실적이나 봉사활동을 부풀린 정황이 드러났다. 같은 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인 직원에게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권한을 주는 등 일부 학교가 생기부를 부적절하게 관리해온 사실도 적발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홈페이지에 2013~2018년 사립초·중·고교 종합·특정감사 결과 1107건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교육청은 지난해 10개 고교를 대상으로 생활기록부 관리 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예일여고는 교무·학사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직원 5명에게 2014년부터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직원 중 1명은 자녀가 해당 고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청은 “생기부 관리의 신뢰성·공정성 확보를 어렵게 한 사실이 있다”며 담당자에게 경고 처분을 요청했다.

서라벌고에서도 교사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의 생기부와 관련된 수상·봉사활동 업무를 담당했다. 봉사활동이나 교내행사를 계획하면서 아들이 참가 대상에 포함되도록 했고, 아들이 참여한 자율활동을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해줬다. 교육청은 “(업무를) 부적절하게 추진한 사실이 있다”며 관련 업무에서 해당 교원을 배제하라고 요구했다.

학교 차원에서 수상실적이나 봉사활동 시간을 부풀린 정황도 드러났다. 서라벌고는 지난해 과학발명품 경진대회 등 15개 상의 수상 비율을 50%로 설정했다. 참가 학생 2명 중 1명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서라벌 비전상’ ‘서라벌 인재상’ 등 선정 기준이 불분명한 상을 만들어 분기별 또는 격월로 시상했다. 이 학교는 학생회나 방송아카데미 독서논술 패널 등 일부 학생들의 자율활동을 학교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해주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2013~2018년 초중고 및 산하기관 대상 감사결과


서울외국어고는 봉사활동 시간을 2배로 부풀려 생기부에 입력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농촌체험활동을 계획하면서 봉사활동을 4시간 하기로 결정했지만 생기부에는 모든 학생이 8시간 봉사활동했다고 적었다. 2016년에는 농촌체험 봉사활동 확인서에는 6시간으로 기재돼 있음에도 생기부에는 8시간으로 적어넣었다. 결석한 학생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기재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생기부에 누락한 경우도 많았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학교는 조치 결정 즉시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생기부에 기입해야 한다. 동양고는 2016~2017년 학교폭력 사안 2건에 대해 가해 학생의 조치사항 전부 또는 일부를 생기부에 누락했다. 보성여고도 2015년 가해 학생 6명에 대한 조치사항을 생기부에 적지 않았다. 서라벌고는 2015~2016년 가해 학생 2명에 대한 조치사항을 누락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