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괴물테란의 수제자를 자처한 조선제일검

입력 2018-12-17 13:42
국민일보는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인근 아프리카 숙소에서 ‘유칼’ 손우현(왼쪽)을 만났다. 오후 연습을 마친 뒤 인터뷰에 응한 손우현은 “최연성 감독이 아프리가 팀 분위기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이엇 게임즈, 쿠키뉴스 DB

오창종-정제승이 채굴한 원석(原石), 최연성이 세공한다

올해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내놓은 최고 히트 상품은 ‘유칼’ 손우현이다. 만 17세 유망주는 데뷔와 동시에 LCK 서머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단숨에 국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손우현은 지난달 22일 아프리카 프릭스에 입단했다. 조선제일검은 왜 신대륙으로 떠났을까. 손우현은 지난 13일 국민일보와 만나 이적 이유를 밝혔다. 그는 ‘괴물테란’으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최연성 감독의 존재가 이번 이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적 시장에 나왔다. 아프리카 유니폼을 고른 이유가 있나.

“아프리카 고유의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늘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고 싶다. 그러나 그 마음가짐을 1년 동안 이어나가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나태해질 때 잘 잡아줄 수 있는 팀이 아프리카라 생각했다.

올해 아프리카를 보면 팀원 간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 팀 분위기에서 비롯된 강함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최 감독님이 그런 아프리카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팀 분위기가 감독님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일각에서는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의 존재가 이번 이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데.

“아프리카에 오고 싶었고, 거기에 김기인이 있었다. 김기인이 있어서 아프리카에 온 것은 아니다. 다만 팀에 묵묵히 잘하는 선수가 한 명쯤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기인이 그런 선수다.”
아프리카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 차기 시즌 아프리카에서 ‘유칼’ 손우현과 함께 강력한 원투펀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롤스터에선 한참 어린 막내였다. 이제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확실히 다를 것이다. 지난 시즌 kt는 매우 체계적인 팀이었다. 형들과 함께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지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탑라이너 ‘스맵’ 송경호와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의 힘이 컸다. 두 형과 같이하면서 정말 든든했고,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kt에서도 주도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제가 팀의 중심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아프리카는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저와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다섯이 하나라는 느낌을 주는 팀이다. 개개인 기량이 뛰어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호흡이 잘 맞는 팀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성장 기대치가 높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선수와 감독의 이상향이 일치한다. 앞서 지난 9월 롤드컵을 앞두고 최 감독에게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활약을 기대하는 선수가 있는지 물었다. 당시 최 감독은 “예전부터 ‘키맨’이나 에이스가 없는 팀을 지향했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손우현은 지난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kt 롤스터는 조 1위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했지만, 8강에서 인빅터스 게이밍(iG)에 덜미를 잡혔다.

-차기 시즌 특별히 활약을 기대하는 동료가 있나.

“(이)다윤이 형과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이다. 다윤이 형은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여전히 승부욕을 내비친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겉으로 잘 드러낸다. 그 욕망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것 같다. (김)하람이는 올해 부진했던 만큼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다.”

-기념비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모두가 꿈꾸는 LCK 우승과 롤드컵 진출도 달성했다.

“kt에서 프로게이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게 행운이었다. 오창종 감독님과 정제승 코치님의 신인 선수 육성 능력은 최고다. 신인이 성장하면서 놓치는 게 많다. 두 분은 라인전부터 시작해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다. 실수에 대한 피드백 능력도 뛰어나셨다.

kt를 LCK 우승으로 이끄는 건 아마추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었다. 우리 팀원의 1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나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1년이었다. 휴대전화도 버리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kt 롤스터는 지난 9월 2018 LCK 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LCK가 단일팀 체제로 변경된 이후 처음으로 거머쥔 우승트로피, 손우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쿠키뉴스 DB

-손우현의 2019년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다. 그러나 단순히 성적만을 내고 싶었다면 kt에 잔류했을 것이다. 저는 게임 내외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온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끝으로 내년에도 LCK에서 맞대결할 미드라이너에게 선전포고 한 마디.

“(고)동빈이 형과 함께하는 ‘비디디’ 곽보성, 강한 팀원을 만난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는 게 그 어떤 시즌보다 재밌을 것 같다. 팀과 개인의 승패를 떠나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