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종-정제승이 채굴한 원석(原石), 최연성이 세공한다
올해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내놓은 최고 히트 상품은 ‘유칼’ 손우현이다. 만 17세 유망주는 데뷔와 동시에 LCK 서머 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단숨에 국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손우현은 지난달 22일 아프리카 프릭스에 입단했다. 조선제일검은 왜 신대륙으로 떠났을까. 손우현은 지난 13일 국민일보와 만나 이적 이유를 밝혔다. 그는 ‘괴물테란’으로 잘 알려진 아프리카 최연성 감독의 존재가 이번 이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적 시장에 나왔다. 아프리카 유니폼을 고른 이유가 있나.
“아프리카 고유의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늘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되고 싶다. 그러나 그 마음가짐을 1년 동안 이어나가는 게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나태해질 때 잘 잡아줄 수 있는 팀이 아프리카라 생각했다.
올해 아프리카를 보면 팀원 간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았다. 팀 분위기에서 비롯된 강함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최 감독님이 그런 아프리카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팀 분위기가 감독님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일각에서는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의 존재가 이번 이적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데.
“아프리카에 오고 싶었고, 거기에 김기인이 있었다. 김기인이 있어서 아프리카에 온 것은 아니다. 다만 팀에 묵묵히 잘하는 선수가 한 명쯤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기인이 그런 선수다.”
-kt 롤스터에선 한참 어린 막내였다. 이제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확실히 다를 것이다. 지난 시즌 kt는 매우 체계적인 팀이었다. 형들과 함께하면서 ‘하위권으로 떨어지기가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탑라이너 ‘스맵’ 송경호와 정글러 ‘스코어’ 고동빈의 힘이 컸다. 두 형과 같이하면서 정말 든든했고,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kt에서도 주도적인 플레이를 펼쳤지만, 제가 팀의 중심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아프리카는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저와 정글러 ‘스피릿’ 이다윤 중심으로 팀을 운영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
“다섯이 하나라는 느낌을 주는 팀이다. 개개인 기량이 뛰어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호흡이 잘 맞는 팀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성장 기대치가 높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선수와 감독의 이상향이 일치한다. 앞서 지난 9월 롤드컵을 앞두고 최 감독에게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활약을 기대하는 선수가 있는지 물었다. 당시 최 감독은 “예전부터 ‘키맨’이나 에이스가 없는 팀을 지향했다. 선수들이 자기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차기 시즌 특별히 활약을 기대하는 동료가 있나.
“(이)다윤이 형과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이다. 다윤이 형은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여전히 승부욕을 내비친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망을 겉으로 잘 드러낸다. 그 욕망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 것 같다. (김)하람이는 올해 부진했던 만큼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다.”
-기념비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모두가 꿈꾸는 LCK 우승과 롤드컵 진출도 달성했다.
“kt에서 프로게이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게 행운이었다. 오창종 감독님과 정제승 코치님의 신인 선수 육성 능력은 최고다. 신인이 성장하면서 놓치는 게 많다. 두 분은 라인전부터 시작해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다. 실수에 대한 피드백 능력도 뛰어나셨다.
kt를 LCK 우승으로 이끄는 건 아마추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었다. 우리 팀원의 1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나만 잘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1년이었다. 휴대전화도 버리고 연습에만 몰두했다.”
-손우현의 2019년 목표는 무엇인가.
“당연히 롤드컵 우승이다. 그러나 단순히 성적만을 내고 싶었다면 kt에 잔류했을 것이다. 저는 게임 내외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아프리카에 온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최고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끝으로 내년에도 LCK에서 맞대결할 미드라이너에게 선전포고 한 마디.
“(고)동빈이 형과 함께하는 ‘비디디’ 곽보성, 강한 팀원을 만난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는 게 그 어떤 시즌보다 재밌을 것 같다. 팀과 개인의 승패를 떠나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