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권오준은 1999년도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입단했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시즌이 끝나고서야 2018년도 FA 자격을 취득했다. FA자격을 취득하기까지 19년이 걸렸다. 그리고 계약기간 2년, 총액 6억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2002년 2차 2라운드 14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이명우(37)는 무려 17시즌을 뛰고서야 올해 FA자격을 얻었다. 그럼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구단의 지침은 방출이었다.
이처럼 FA 대박은 모든 선수에게 해당하는 게 아니다. FA자격을 얻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올해 FA자격을 획득해 권리 행사에 나선 선수 가운데 20대는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8)가 유일하다. 올해 FA권리를 승인받은 선수 가운데 첫 FA가 된 한화 이글스 송광민은 35세다.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은 34세다. 한화 이글스 최진행 또한 33세다.
뒤늦은 나이에 FA가 되다 보니, 대우가 좋을리 없다. 계약기간 4년을 채우기도 어렵고, 혹시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까 구단의 후려치기에 끌려다니기 일쑤다.
이처럼 FA자격 따기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인 이유는 FA자격 요건이 너무나 까다롭기 때문이다. KBO 야구규약 제162조 1항은 ‘KBO에 현역선수로 최초 등록한 후 9 정규시즌을 활동한 선수는 FA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한다’고 되어 있다. 2항에는 2006년부터 정규시즌 145일 이상 등록해야 한다고도 되어 있다. 등록일수가 145일인 시즌이 9시즌이 되어야 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것이다. 또 5항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선수의 경우 8정규시즌을 활동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 6시즌을 기준으로 FA자격이 주어진다. FA 제도의 본래 취지는 자유로운 이동에 있다. 그러나 KBO 현행 규정은 오히려 이동을 막는 각종 장치들이 설치돼 있는 것과 다름없다. FA자격 취득 요건 완화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