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를 점검하다 참변을 당한 고 김용균씨의 직장 동료가 라디오방송에 나와 사고 당시의 참혹했던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씨의 기술 교육을 담당했던 이성훈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장이 너무 끔찍해 밤에 불 끄고 잘 수도 없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김씨는 지난 11일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 위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려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2인 1조의 안전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 김씨는 입사 3개월 된 신입 직원이었다.
이씨는 많은 직원들이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3개월도 짧은 교육을 3일만 시키고, 그것도 팀장이나 실장들이 ‘빨리 현장에 투입하라’고 독촉한다”며 “내가 붙들고 좀 더 자세히 가르쳐줬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공개된 김씨의 가방엔 고장 난 손전등과 컵라면, 건전지 등이 담겨 있었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모습과 판박이였다. 이씨는 컵라면이 유품으로 나온 것에 대해 “밤에 12시간 일하다보면 시간에 쫓겨 밥을 대신해 먹을 게 필요하다”며 “그것조차도 먹고 나갈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끼니를 건너 뛰고 일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직후 “입단속 잘하라. 기자 만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당시 녹취록도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상사가 “뭘 얘기 나오면 그거 가지고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이 기자 아니냐. 걔네들은 이쪽 사정을 잘 모르니까 엉뚱하게 얘기 들을 수도 있잖아. 그렇지?”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사고가 나면 ‘땜질식 수습’만 있을 뿐 근본적인 안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씨는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도 사람이 죽은 후 설비를 개선하고 보완 조치하고 사과문 냈는데 그러면 지금 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른 동료들도 여기서 일하다가 또 사고가 날거라고 100% 확신한다. 안전조치나 개선사항이 반영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은 사고를 떠안고 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