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이 오바마케어(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ACA)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보편적 건강보험 제도가 다시 미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텍사스주 포트워스 연방지방법원 리드 오코너 판사는 ‘전 국민 의무가입’ 조항을 근거로 오바마케어 전체가 위헌이라고 14일(현지시간) 결정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국민에게 벌금을 부과토록 했던 이 조항이 지난해 통과된 세제개편 법안에 따라 없어지면서 법안 자체가 효력을 잃는다고 본 것이다.
이후 연방대법원에서도 위헌 판결이 나오면 오바마케어는 폐지되고, 미국인 2000만여명의 건강보험이 상실될 위기에 처한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오바마케어 의무가입 조항 위헌 소송과 2015년 정부 보조금 제공 위헌 소송에서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현직 대법관 9명 중 5명이 2012년 소송에서 합헌 의견을 냈었기 때문에 오바마케어 폐지 가능성은 낮지만, 최근 대법원의 보수화가 가속화돼 결과를 짐작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줄곧 오바마케어 폐기를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큰 승리를 거뒀다”며 “대법원이 이 판결을 유지한다면 민주당과 마주 앉아 더 훌륭한 의료보험제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예상했던 대로 오바마케어는 ‘헌법에 반하는 재앙’이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트위터 글에서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오바마케어를 만든 장본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법원의 위헌 판결은 당장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면서도 “공화당원들은 오바마케어를 망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선거에서 투표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오바마케어를 지키기 위한 싸움에 돌입할 태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끔찍한 결정이며 수천만 미국인 가족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터무니없는 판결”이라며 “항소절차에 개입해 오바마케어를 파괴하려는 공화당과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주 법무장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즉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판결로 워싱턴 정가는 건강보험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험악한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