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FA 타자 5명…투수 0명’ 리그 지배 대투수 없는 현실

입력 2018-12-16 15:27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1)가 계약기간 4년, 총액 125억원의 FA계약을 맺고 NC 다이노스로 옮겼다. 앞서 최정(31)은 계약기간 6년, 총액 106억원에 사인한 뒤 잔류했다.

이로써 FA계약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선수는 5명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6)가 150억원, LG 트윈스 김현수(30)가 115억원으로 100억원을 넘겼고, KIA 타이거즈 최형우(35)가 딱 10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100억원 FA대박을 터뜨린 투수는 한 명도 없다. 5명 모두 타자다. 투수 부문 1위는 지난해 초 삼성 라이온즈에서 LG로 옮긴 차우찬(31)이 계약한 95억원이 투수 최고액이다. KIA 타이거즈 윤석민(32)이 2015년 체결한 90억원이 2위 계약 금액이다. 90억원대 투수 계약도 단 2건이다.

SK 김광현(30)이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85억원의 FA계약을 맺었고, 정우람(33)이 SK에서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면서 84억원을 받았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장원준(33)이 84억원에 롯데에서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4년 전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37)이 80억원을 받은 바 있다.

올해 FA 시장에 나와 있는 투수는 삼성 윤성환, 넥센 히어로즈 이보근(32), KT위즈 금민철(32), 롯데 노경은(34)이 있다. 이들 모두 거액 계약이 어려워 올해도 FA 100억 투수는 나올 가능성이 없다.

100억원 FA가 될 수 있었던 투수가 있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30)이다. 2016시즌이 끝난 뒤 FA자격을 취득했다. 당시 KIA는 최형우와 나지완(33)을 잡느라 거액을 투자한데다 양현종 역시 일본 진출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다년 계약을 포기하고 단년 계약을 맺었다.

양현종은 2020년 시즌을 마친 뒤에야 FA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다. 그때까지 최근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100억원 FA 클럽에 가입할지도 모른다.

아직은 섣부른 생각이긴 하지만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31)이 내년 시즌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서 FA계약 기간을 채운 뒤 국내로 복귀할 경우 FA 100억 투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만 35세의 나이에 KBO리그에 복귀하며 150억원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런데 100억원 FA 투수가 없는 것은 경쟁력을 갖춘 토종 투수가 그만큼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과거 선동열(55)이나 최동원 처럼 KBO리그를 지배할만한 대투수가 없다는 의미다. 외국인 투수들이 평균자책점과 다승, 삼진 주요 부문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FA몸값 논란이 있긴 하지만 리그를 지배하며 FA 100억원 시대를 열 국내 투수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