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이 다시 한번 성공 신화를 썼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1대 0으로 꺾었다. 앞선 1차전에서 2대 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베트남은 이날 경기 승리로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컵을 되찾아왔다. 박 감독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지 14개월여 만에 첫 우승이다.
박 감독은 우승을 확정 짓고 그라운드를 달려가며 격한 어퍼컷 세리머니로 벅찬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16년 전,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4만 여석의 스탠드를 가득 메운 베트남 홈 관중들도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현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베트남 권력서열 2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서열 3위인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 역시 다르지 않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벌떡 일어나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악수를 하며 기뻐했다. 푹 총리는 이어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에게 달려가 한참이나 안은 뒤 양쪽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세웠다. 베트남 하노이는 박 감독과 태극기, 금성 홍기(베트남 국기)와 부부젤라가 뒤섞인 뜨거운 밤을 보냈다.
올 한해 베트남은 축구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모든 것이 최초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박 감독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4강까지 진출했다. 온 국민이 축구 하나에 웃고 울었다. 그리고 ‘동남아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러한 열기가 절정에 이르게 됐다. 베트남 축구가 박 감독 부임 이후 역사의 전환점을 맞은 것이다.
박 감독은 우승의 공로를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에게 돌렸다. 그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우승 트로피를 베트남 국민에게 드리고 싶다”면서 “내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고 밝혔다.
동남아시아 최강자로 우뚝 선 베트남은 아직도 시험의 연속이다. 다음 박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이젠 동남아시아를 벗어나 아시아 강호들과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이제 베트남의 선전은 더 이상 돌풍이 아니다. 여러 아시아 강호들을 위협하게 충분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결승전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베트남 축구는 A매치 무패 기록도 16경기로 늘렸다. 16경기 무패는 현재 A매치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국가 중 가장 긴 기록이다. 스즈키컵 우승으로 자신감으로 중무장한 박항서호가 아시안컵에선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