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용균 母 “항상 탄 치우러 간다고… 끼니 챙길 시간 있겠나”

입력 2018-12-16 11:15
뉴시스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24살 김용균씨가 운송설비점검을 하다 설비에 짓눌려 처참히 사망했다. 그의 명복을 기리고, 죽음의 외주화를 비판하기 위해 촛불 추모제가 열렸다.

15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 고(故) 김용균씨를 기리기 위한 2차 촛불 추모제가 개최됐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죽음의 외주화가 사회 곳곳을 장악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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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사망한 김씨의 유품이 공개됐다. 그의 가방엔 고장 난 손전등과 건전지, 컵라면 등이 담겨 있었다. 2년 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작업 중 숨진 열아홉 살 김모군의 유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서 현장조사 당시 김씨의 어머니는 동료에게 “(아들이) 일할 때 영상 통화를 걸면 매번 탄 치우러 간다고 했는데 밥은 어떻게 먹느냐”고 물었다. 동료는 “원청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원청에서) 낙탄 치우라고 수시로 지시가 내려온다”며 “언제 지시가 내려올지 몰라 식사 시간이 없어 매번 라면을 끓여 먹이고 그랬다”고 답했다.

또 그의 이름이 적힌 작업복과 검은색 탄가루가 묻어 얼룩덜룩해진 수첩, 면봉과 휴대전화 충전기, 동전, 물티슈, 우산, 속옷, 세면도구, 발포 비타민, 쓰다만 건전지와 고장 난 손전등, 탄가루가 묻어 검게 변한 슬리퍼도 있었다. 동료들에 따르면 휴식 시간이나 식사 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낙탄을 치우는 작업에 투입된 김씨는 앞이 보이지 않는 밤에 헤드랜턴 없이 위험한 컨베이어 속으로 몸과 머리를 들이밀어야 했다. 때문에 손전등을 사비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고장난 상태였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첫 출근을 앞두고 경북 구미에 위치한 자택에서 찍은 동영상도 공개됐다. 김씨는 새 양복과 넥타이, 새 구두를 신고 수줍게 서 있다. 양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 듯 이리저리 몸을 돌려 보더니 수줍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첫 출근을 앞둔 사회 초년생의 설레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이 영상은 많은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날 추모제에 나온 김씨의 동료들은 추모사에서 “밥 먹을 시간도 모를 만큼 열심히 일한 용균아 미안하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설비·근무조건을 개선해달라고 더 크게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24살 꽃다운 나이에 너를 먼저 보내는구나. 다음 생에는 비정규직 없는 나라, 일하기 좋은 나라에서 태어나라. 그곳에서는 무섭지 않게, 외롭지 않게 편하게 잠들거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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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균 KT상용직 노동자는 자유발언에서 “왜 노동자의 아들만 죽어야 하느냐”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죽음의 외주화는 우리가 반드시 바꿔야 한다. 젊은 동지들이 죽지 않고 잘 사는 나라, 좋은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