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장애 아들이 교실서 동급생들에게 목이 졸려 기절했습니다”

입력 2018-12-16 06:01 수정 2018-12-16 06:01
게티이미지 뱅크

용인에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학생이 동급생들에게 목이 졸려 실신한 사실이 지난 7일 드러났다. 가해 학생들은 다리가 불편한 A군(12·6학년)에게 달리기를 억지로 시키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괴롭힘은 1년 가까이 이어졌다.

A군의 어머니는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아이가 기절을 했는데 어떻게 부모에게 안 알릴 수 있느냐”며 “아이가 원치 않아서 알리지 않았다는 학교 측에 변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가해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폭력 기록이 꼭 남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며 아들이 당한 폭력 행위를 언급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글쓴이는 ‘학교폭력의(에) 의한 소년법 개정안 촉구’란 청원을 올리며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는 게 소원이라는 조카가 한 달 전 학교 폭력으로 목을 졸려 기절했었다”며 “수많은 아이가 괴로워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변화도 없다. 소년법을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16일 오전 6시 기준 1136명의 동의를 받았다.

◆ “도망가 봐” “저쪽으로 뛰어봐”

뇌병변 장애 3급인 A군은 몇 달간 매일, 쉬는 시간마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뛰어야만 했다. 뇌병변 장애는 외부 신체 기능 장애의 일종이다.

A군의 진술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가해학생 4명의 집단 괴롭힘이 시작됐다. 이들은 A군의 머리를 치는 등 폭력을 가했다. 4월부터 계단과 복도, 운동장에서 강제로 달리기를 시켰다. A군이 달리기 시작하면 쫓아가서 넘어뜨린 후 발로 밟았다. 침을 뱉기도 했으며 부모 욕을 포함한 도가 넘는 언어폭력을 가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은 3년 전 수술 이후 자립보행이 가능하지만 오래 걷거나 달리면 근육에 무리가 간다”며 “우리 아이가 체격이 작은 편이다. 키가 140㎝도 되지 않는다. 덩치가 큰 가해 학생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반 학생 B군이 지난달 13일쯤 A군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A군의 담임선생님은 B군의 담임선생님을 통해 그날 처음으로 상황을 파악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폭력을 인지한 이후 조치에 대해서 “담임선생님이 관련 학생들 양쪽 얘기를 다 들어보며 상담을 진행했다. 가해 학생도 사과를 했다”며 “지속해서 지도했고, 담임선생님은 정리가 된 거로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 담임선생님 조치 후에도 괴롭힘 계속돼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가해 학생 4명 중 2명이 지난 3~4일쯤 A군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A군의 부모는 이 사건이 발생한 뒤 3~4일 후인 7일에서야 담임선생님을 통해 상황을 처음 알았다.

A군은 가해 학생들의 협박과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피해 사실을 숨겨왔다. A군은 매일 부모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좋은 일만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리가 불편한 A군은 평소에도 잘 부딪혀 자그마한 멍들이 많았다. 폭행 흔적과 부딪혀 생긴 멍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A군의 어머니는 “애들끼리 싸운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건데 학교에서 늦게 알려준 게 속상하다”며 “‘아이가 기절했는데 부모한테 바로 안 알릴 수 있냐. 뇌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었다’고 얘기하자 선생님께선 ‘아이가 부모님 걱정에 말하지 마라더라’고 말씀했다”라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담임선생님은 9월 1일 신규 발령받아왔다”며 A군 부모에게 빨리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 “선생님이 처음이라 경험이 없으니까, 훈계 당시 잘 정리가 됐다고 파악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9월 이전 담임선생님도 A군의 피해를 인지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담임선생님이 폭행 사건에 대해 알게 된 후인 12월에 가해 학생들이 A군의 옆과 뒷자리를 차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학급에서는 매달마다 제비뽑기를 통해 자리를 바꾸지만 12월 가해 학생들의 자리는 이들의 요청으로 교체됐다.

학교 관계자는 “A군의 동의하에 아이들이 원해서 자리가 교체됐다”며 “A군이 동의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은 괜찮아졌나보다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 “‘학교폭력위원회’가 그렇게 중요한가 봐요”

A군의 신청으로 오는 17일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가 열릴 예정이다. A군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열리는 학폭위 말고는 어떤 조치에도 기댈 수 없는 것에 답답해했다.

A군의 어머니는 “학교를 믿을 수가 없다. 학교에서는 알고도 한 달 내내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며 “학폭위는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 (학교폭력 상황을) 축소할까 봐 걱정된다”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학교에서 A군에게 보내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석 안내서'.

학교에서 A군에게 보내온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참석 안내서’는 A군 부모의 불신을 키웠다.

A군은 지난 3월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안내서에는 학교폭력이 ‘10월부터’ 시작됐다고 적혀 있다. 또 A군이 가해자의 일방적인 폭력으로 목이 졸려 실신한 사건을 ‘다투던 중’이라 표현했다. 해당 사건은 12월에 일어난 일인데 11월이라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A군의 어머니는 “교육청에 전화해도,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해도, 학폭위 얘기만 하더라”며 “교육청에서는 학폭위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한다고 했고, 경찰에서는 일단 학폭위만 전념하고 있으라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경찰 조사는 학폭위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A군은 월요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고, 가해 학생들은 지난 12일부터 강제 출석 정지 조치로 학교에 못 나가고 있다. 가해 학생 부모님은 직접적인 연락 없이 담임선생님을 통해 사과 의사를 표했다.

◆ “무조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해 학생은 A군과 같은 중학교를 지망했다. A군의 어머니는 “전혀 만나지 않기를 원한다. 이제 곧 중학교에 갈 건데, 최고 징계인 강제전학이 내려져도 근처 중학교에서 보게 될까 걱정된다”며 “보복도 두렵다. 지역을 벗어나 줬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고 밝혔다.

학교 측에 물어본 결과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만약에 강제전학 징계가 내려지게 되면 학구를 벗어나서 간다. 그래서 만나게 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