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L 결승] 짜임새 있는 간절함을 막은 강철벽

입력 2018-12-15 20:00

저그는 본래 공격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김민철이 마우스를 쥐면 조금 달라진다. 상대의 모든 공격을 스펀지처럼 흡수해온 김민철이 결승전에서도 긴장의 기색 없이 완벽한 경기를 선보였다.

김민철(Soulkey)은 15일 서울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진행된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KSL) 시즌2 결승전에서 조기석(Sharp)을 4대 1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이날 조기석의 준비성이 돋보였다. 모든 세트에서 짜임새 있는 빌드오더를 준비해 순조로운 초반을 보냈다. 그러나 맵을 조망하는 김민철의 노련한 수비벽을 결국 뚫지 못했다.


김민철은 이날 모든 세트에서 무난한 앞마당 빌드오더를 선택했다. 상대가 어떤 전략을 꺼내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반면 조기석은 매 세트마다 조금씩 다른 빌드오더를 꺼내며 철벽 공략에 나섰다.

1세트 ‘단장의 능선’에서 조기석의 본진 플레이에 허를 찔린 김민철이지만 2세트부터 신들린 수비를 보였다. ‘아즈텍’에서 조기석에게 노 배럭 더블을 허용하며 불리하게 시작했지만 김민철은 정확한 판단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조기석의 바이오닉 병력이 중앙으로 진출하자 김민철은 럴커 다수로 테란의 빈집을 공략했다. 이 가운데 테란의 진출 병력을 럴커 에그와 뮤탈리스크로 깔끔하게 수비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투혼’에서도 김민철의 철벽 방어가 빛났다. 조기석이 한 템포 빠른 바이오닉 러시로 저그의 앞마당을 공략했지만 이를 미리 읽은 김민철이 발업 저글링을 생산해 깔끔하게 막았다. 직후 테란 본진으로 파고든 저글링이 추가 바이오닉 병력을 제거했다.

3세트 ‘투혼’에서 김민철이 역전에 성공했다. 조기석이 한 템포 빠른 바이오닉 러시로 저그 앞마당을 노렸으나 김민철의 발업 저글링 커버링에 병력만 잃었다. 저글링이 곧장 테란 본진으로 달려가 바이오닉 병력을 정리했다. 뮤칼리스크가 채 당도하기 전에 저글링에 바이오닉 병력이 모두 쓰러졌다. 버틸 재간이 없어진 조기석이 항복을 선언했다.


4세트에서도 정석이었지만 조금 달랐다. 앞마당 드론을 다른 확장기지로 미리 빼는 심리전으로 조기석에게 혼란을 준 것. 조기석이 과잉 수비를 하는 사이 김민철은 무난히 하이브까지 올리며 승리를 위한 공식을 채워나갔다. 이후 디파일러로 수비력을 보강한 김민철은 목동 체제에서 울트라리스크를 쏟아내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5세트 ‘서킷 브레이커’에서도 김민철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조기석의 끊임없이 쏟아지는 바이오닉 병력을 뮤탈-저글링, 저글링-럴커, 디파일러-럴커 등 갖은 조합으로 막아낸 김민철은 드랍십 공격과 사이언스 베슬 견제를 스컬지로 막아내며 자원 수급량을 늘렸다. 조기석 역시 무한 확장기지로 맞불을 놓았지만 김민철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벌처의 마인을 뚫고 전진한 울트라리스크가 테란의 확장기지를 하나 둘 무너뜨렸다. 조기석의 마지막 바이오닉 러시가 다크 스웜에 막히며 김민철은 우승을 결정지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