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권한 밖? 무혐의? 특감반, 우윤근 대사 의혹 쟁점들

입력 2018-12-15 11:55

청와대와 여권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범죄 의혹 보고서 작성 이후 불이익을 받았다는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모씨의 주장에 대해 “감찰 권한 밖의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감반이 국회의원 및 국회 사무총장직을 지낸 우 대사의 감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또 대부분 의혹이 2004년부터 제기돼 사법기관에서 무혐의 처분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14~15일 일부 언론에 이메일을 보내 우 대사 비리 혐의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후 원대복귀됐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9월 우 대사의 취업청탁 대가 1000만원 수수, 모 저축은행 회장의 검찰 수사 무마 대가 1억원 금품수수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취업 문제는 우 대사가 2009년 건설업자 A씨로부터 조카 취업청탁 대가로 500만원씩 두 차례 돈을 받았다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되돌려줬다는 의혹이다. 저축은행 문제는 2011년 김모 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무마용 자금 1억2000만원을 변호사에게 건넸고, 해당 변호사가 이 중 1억원을 우 대사에게 건넸다는 의혹이다.

우 대사는 우선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통화에서 “A씨가 원내대표 시절(2014~2015년)부터 계속 협박을 하기에 ‘난 청탁조로 돈 받은 거 없다’고 거절한 바 있다”며 “그러더니 자기 재판받는 걸 도와달라고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못 도와주겠다. 검찰에 고발하라. 내가 야당의원이니 검찰이 봐주지 않을 것’ 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당시 김모 비서실장을 만나 “먹고 살기가 어렵다. 비서 월급 줄 돈도 없다”고 말했고, 이에 김 실장과 A씨가 각각 차용증에 싸인 한 뒤 김 실장이 1000만원을 빌려준 게 전부라는 게 우 대사 입장이다. 2011년 벌어졌던 저축은행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복수의 청와대·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우 대사와 A씨와의 관계가 엉키기 시작한 건 2004년 이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A씨는 2004년부터 우 대사와 관련된 해당 의혹들을 검·경에 모두 제보해왔다”며 “우 대사의 지인과 같이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되면서 일이 불거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의 우 대사 감찰이 불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별감찰 대상은 관계법령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단체 등의 장 및 임원’ ‘대통령의 친족 및 대통령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로 명기돼있다.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총장은 모두 대통령 임명 대상이 아니다. 이 시기에 벌어진 일을 감찰한 것은 불법적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일각의 논리다.

이 경우 우 대사가 대통령 측근이라 하더라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민정수석처럼 야인이 아닌 공직자인만큼 특별감찰대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반면 지난해 9월 대통령이 임명하는 러시아 대사로 내정된 만큼 감찰 보고서가 제출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만약 김씨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민정수석실이 조치에 나섰다면 오히려 민간인 사찰이 될 수 있다”며 “조국 민정수석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처럼 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김씨의 진실게임이 이어지면서 박근혜정부의 붕괴 시발점이 됐던 ‘정윤회 문건 파동’처럼 사태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