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는 가나대학에서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 동상이 철거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제국주의 시절 인물들의 공과 과를 다시 따져보는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이다.
이 동상은 2016년 6월 당시 가나대학 캠퍼스를 찾은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이 선물한 것이다. 하지만 곧 간디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간디가 젊은 시절 21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살면서 남긴 자필 메모가 근거였다. 간디는 메모에서 남아공 주민들을 ‘깜둥이'(kaffir)’라고 표현하고 “인도인들이 흑인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했다.
가나대학 교수들은 간디 동상을 철거하고 아프리카 영웅의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과 직원 등 1000명 이상이 여기에 동참해 동상 철거가 결정됐다. 가나대학에 다니는 한 학생은 BBC에 “그의 동상을 건립한다는 것은 그가 옹호하는 모든 것을 우리도 옹호한다는 의미”라며 “그가 인종차별을 옹호한다면 우리 캠퍼스에 그의 동상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간디의 인종차별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도 간디 동상 설립이 반대에 부닥쳤다.인도가 말라위 컨벤션센터 건립을 지원했는데 말라위 정부가 그 보답으로 간디 동상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곧 시민 3000여명이 반대 서명운동을 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문제는 인도 정부가 여전히 간디 동상을 세계에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간디 동상을 새로 세웠다. 건립 기념행사에 참석한 람 나트 코빈드 인도 대통령은 “간디의 비폭력과 평화 공존에 대한 메시지는 지금 같은 투쟁의 시기에 더욱 적절하다”고 말했다.
제국주의 시대 위인의 동상은 자주 역사바로세우기 논란에 휘말렸다. 2015년에는 영국의 사업가이자 남아공의 정치인이었던 세실 로즈의 동상이 남아공 케이프타운대학에서 철거됐다. 그는 1890년에 남아공 케이프주 총독이 돼 아프리카 각지에서 약탈 등을 자행했던 인물이다. 동상 철거는 다양성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거가 강행된 이유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뉴욕시가 센트럴파크에 있던 마리온 심즈의 동상을 없앴다. 심즈는 흑인노예 여성들을 대상으로 비윤리적인 임상실험을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방광질병 치료법을 개발하는 등 의학적 성과를 거둬 동상이 세워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