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몰랐던 HGC 종료 소식

입력 2018-12-14 16:14
지난 11월 HGC 파이널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젠지 히어로즈 팀. 이들이 히어로즈 e스포츠 역사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게 됐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현역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히어로즈) 프로게이머인 A씨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가 아연실색했다. 자신의 활동 무대였던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HGC)’이 2019년부터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1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9년에는 HGC를 개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회 종료 선언이다. 블리자드는 “선수와 팬이 바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 채 강행하는 것보다 이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HGC의 하위 리그이자 한국 지역 리그인 ‘HGC 코리아’ 소속 선수들도 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알았다. 한 팀 관계자는 “오늘 아침 리그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과 얘기를 나눠봤더니 ‘우리도 처음 알았다’고 하더라”라며 쓴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팀 관계자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오전 8시경 블리자드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리그 종료 소식을 접했다. 블리자드에서 각 프로게임단에 메일을 보낸 건 이미 우리가 관련 내용을 접한 다음이었다”며 블리자드의 늦은 통보에 섭섭함을 내비쳤다.

이제 국내 HGC 프로게임단 대다수는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는 참가할 리그가 존재하지 않으니 팀 운영을 이어나갈 이유가 없다. 어제까지 스크림에 매진했던 선수들은 오늘 은퇴와 직종 변경의 기로에 섰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씬이 해체될 당시와 유사한 광경이다.

한 히어로즈 팀 관계자는 “앞으로는 운영을 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팀 해체 의사를 밝혔다. 다른 팀 관계자는 “스트리머로의 전직 등에 관심 있는 선수들을 도와주기 위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의 히어로즈 팀을 보유한 젠지 역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젠지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유감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 우리 포커스는 선수를 돌보는 데 있다”며 “이번 발표에 영향을 받을 선수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