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거나 웃으며 떠난 관료, 남아도 일 못하는 차관

입력 2018-12-14 16:13 수정 2018-12-14 18:09
15일 교체된 김용진 기재부 2차관. 김 전 차관은 보건복지부 등 일부부처 후임 장차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배경 브리핑을 하던 도중 교체 소식을 들었다.

고 차관은 그러나 행복한 케이스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이후 공석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장관급)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도 당장은 ‘집’에 돌아가야 하지만 조만간 타 부처 장관 후보군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이에 비해 3년6개월 간 최장기 기재부 차관보 직을 수행한 이찬우 차관보는 관운(官運)이 다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차관보는 지난 정부부터 차관보 직을 수행했다. 정치색은 없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대학 동기라는 게 걸림돌이 됐다는 설이 돌고 있다.

연초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고 새로운 길을 찾는 입장이 됐다. 반면 같은 기재부 1급이었던 정무경 기획조정실장은 조달청장으로 영전했다.

유임이 됐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차관(급)도 있다.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8월부터 김상조 위원장으로부터 직무정지 조치를 당했다. 발단은 검찰의 공정위 퇴직자 특혜취업 수사였다. 검찰은 지난 8월 지철호 부위원장을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 제한 기관에 취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지 부위원장을 업무에게 배제시키고 있다. 사실상 나가라는 압력이지만 지 부위원장은 억울하다며 버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 부위원장을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청와대는 지 부위원장을 다시 재신임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차관 인사에서 지 부위원장이 교체되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이 지 부위원장을 원대복귀 시키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