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적 부진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해외법인장들이 내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구조적인 혁신을 시도해 미래 사업 분야의 실행력을 강화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14일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주재로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었다. 각 권역본부장과 판매 및 생산 법인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중국 등 핵심시장 중심으로 판매 및 수익성을 확대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나서는 데 뜻을 모았다.
해외법인장들은 무엇보다 ‘시장 중심주의’에 깊이 공감하고 시장과 고객을 중심에 두고 모든 사업 전략을 실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모았다고 현대·기아차는 전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당분간 성장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은 미국의 수요 감소, 유럽 및 중국의 시장 정체 탓에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자동차 수요가 중국의 판매 감소(-4.1%)와 미국, 유럽, 일본의 저성장으로 지난해 보다 0.2% 증가한 9244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은 올해보다 0.1% 증가한 9249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가장 먼저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 경쟁력 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을 확대하며 판매와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내년 초 ‘팰리세이드’와 ‘텔룰라이드’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대형 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현대차는 이에 더해 신규 소형 SUV를 선보여 총 5개의 차종으로 SUV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사양과 가격을 현지 시장에 최적화하고, 바이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신기술을 대폭 적용한 신차들로 실적 회복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ix25’ ‘싼타페’ ‘쏘나타’, 기아차는 ‘K3’, ‘KX3’ 등 중국 전략 차종들을 내년에 대거 출시한다. ‘아반떼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코나 전기차(EV)’ ‘라페스타 EV’ ‘K3 PHEV’ 등 신에너지차도 본격적으로 판매해 중국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다양한 친환경차를 새로 출시해 친환경차 부문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데도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코나 하이브리드(HEV), 신형 쏘나타 HEV, 아이오닉 HEV·PHEV·EV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한다. 기아차도 신형 쏘울 EV를 선보여 친환경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역별 시장에 적합한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해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부터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럽 최대 통신사인 보다폰과 손잡고 내년 초부터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시작한다.
현대·기아차는 더불어 시장 변화 대응 및 전략 실행력 강화를 위해 조직 기능을 효율화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전 세계에 권역본부 설립을 완료하고 진정한 권역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권역별로 신속하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하고 생산·판매·마케팅의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권역 책임경영체제를 통해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판매 확대와 수익 개선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고 있는 조직 개편에선 연구개발(R&D) 조직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현대차가 앞서 나가고 있는 수소차 분야를 총괄할 신설 조직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정 수석 부회장은 “권역본부 중심으로 각 부문과 협업을 강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권역본부의 리더들은 직원들의 자발적 도전을 적극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모든 변화와 혁신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면서 “‘고객’보다 한발 앞서 생각해 고객을 위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