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새 백악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올랐다. 존 켈리 현 비서실장과 권력다툼을 벌여 그의 퇴출을 주도한 쿠슈너 고문이 결국 스스로 비서실장 후보군에까지 이름을 올린 것이다. ‘문고리 권력’을 둘러싼 트럼프 가족의 권력투쟁이 점점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쿠슈너 고문이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백악관 비서실장직에 대해 논의했다고 CBS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자 물색이 진척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명이고 정말 훌륭한 분들”이라며 대체로 잘 알려진 인사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명에 포함됐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데이비드 보시 전 트럼프 선대본부 부본부장,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들이 언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서실장직은 쿠슈너가 백악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있어서 마지막 장애물이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최고 실세는 쿠슈너와 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었다. 이방카 부부는 백악관에서 잇달아 권력투쟁을 벌이며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스티브 배넌 최고 전략가를 퇴출시켰다.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자방카’라는 합성어까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백악관 군기반장 켈리 비서실장은 자방카를 견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행동과 자방카의 전횡을 저지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지난 2월 쿠슈너의 기밀 취급 허가등급을 ‘일급비밀·특수정보급’에서 기밀급으로 강등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켈리는 이방카가 평창 동계올림픽 방문도 “외교 경험이 없다”며 강력하게 반대했다. 연이어 ‘이방카의 그림자’로 불리던 최측근 호프 힉스 공보국장을 퇴출시켰다.
이 때문에 자방카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켈리를 퇴출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켈리와 자방카가 사생결단의 결투에 들어갔다며 “어느 한쪽은 사라져야 끝나는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자방카의 바람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현실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정치적 음치’라 불릴 정도로 정치 감각이 떨어지는 켈리 비서실장을 교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후임 비서실장을 맡겠다고 선뜻 나선 이가 없었다. 켈리가 퇴출되는 것을 지켜본 공화당 유력인사들은 너도나도 비서실장직을 고사했다. 자방카와 좋은 관계를 맺은 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유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반대해 무산됐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쿠슈너는 괜찮은 대안이다. 너도나도 비서실장직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대선과 탄핵에 동시에 대처하려면 끝까지 한배를 탈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사월간지 워킹먼슬리는 “쿠슈너가 비서실장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를 함께할 진정한 파트너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비서실장에게 설명하거나 숨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