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돌파 선택한 조국, 감찰반 이름 바꾸고, 공직사회에 경고

입력 2018-12-15 05:00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특별감찰반 전면 쇄신안을 발표하며 책임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문제가 된 김모 수사관과 같은 비위 행위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책도 내놓았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이름과 조직 구성까지 개편하면서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담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검찰 출신의 김모 수사관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조 수석 책임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조 수석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고, 이날 조 수석도 자신의 명의로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이에 화답했다.

정면 돌파 의지

조 수석은 전면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자신을 향해 제기된 책임론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먼저 조 수석은 “특감반 사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특감반원의 비위를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무마하던 과거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비위가 발생했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게 더 문제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정무적 부담’과 ‘유례없는 선택’이라는 단어도 선택했다. 조 수석은 “정치권과 언론의 의혹 제기 등 예상되는 정무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향후 공직 감찰의 기강을 재정립하기 위해 전원교체라는 유례없는 선택을 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감찰반원의 비위 내용을 공개할 경우 자신을 향해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예상했음에도 이를 강행했다는 취지다.

나아가 앞으로의 각오도 다졌다. 조 수석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자성한다”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심기일전해 더욱 엄정한 자세로 공직사회의 비위근절과 기강확립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이 조 수석에 대한 신임을 확인한 데 이어, 본인 스스로도 정치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조 수석의 임기 또한 자연스럽게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수석이 올 연말쯤 물러나 학교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번에 특감반 사태가 터지면서 그러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예정대로 물러나면 마치 특감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모 수사관 케이스 집중 겨냥

청와대는 이번에 총 21조로 구성된 감찰반 업무 내규를 새로 제정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김모 수사관의 비위 행위 케이스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감찰반 특성상, 제도적 보완 없이는 비슷한 류의 비위 행위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모 수사관 케이스를 통해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일단 특감반 내부 통제를 강화했다. 감찰 시작 전 감찰반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장‧차관이나 공공기관장을 접촉할 경우 감찰반장에게 사전‧사후 보고토록 했다. 대면접촉도 최소화했다. 또 감찰 결과에 따라 이첩된 사건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이 조치들은 모두 김모 수사관의 비위 행위와 관련이 있다. 김모 수사관은 내부 감찰과 관련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수차례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김모 수사관이 유 장관으로부터 과기부 5급 사무관직 등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소문도 돌았다. 대면접촉 최소화나 접촉 보고 조치는 ‘청와대 특감반’이라는 완장을 차고 고위 공직자들과 만나 부적절한 청탁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또 김모 수사관은 자신의 지인인 건설업자가 연루된 사건의 진행 상황을 묻기 위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도 직접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특감반원 일부가 단체로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사례들 역시 신설된 업무 내규를 적용한다면,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앨 수 있게 된다.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경고

청와대는 쇄신안을 통해 특별감찰반의 이름을 ‘공직감찰반’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면서 조 수석은 “권위적 어감을 주는 용어를 변경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기존에 검찰과 경찰로만 구성됐던 감찰반에 감사원이나 국세청 등 여러 기관 출신들도 기용해 내부적으로 상호 견제를 작동시키겠다고 했다.

이는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도 해석된다. 기존의 관례대로 업무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해당 조직의 이름과 조직 구성은 물론이고 업무 범위와 방식까지 뜯어고칠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잇따른 비위 행위로 곤욕을 겪고 있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의 음주 폭행, 김종천 의전비서관의 음주 운전에다가 특감반 비위까지 이어지면서 공직 기강이 무너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조 수석이 직접 전면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연말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녁 9시가 되면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자’는 의미에서 “9데렐라가 되자”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