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가 20일 대규모 국회 앞 시위를 예고했다.
택시기사들은 14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치권과 언론을 향한 불신을 쏟아냈다. 택시기사 최모(57)씨 분신 사건 등으로 택시기사들의 감정이 격양된 상태다. 기사들은 택시업계 전체가 사활을 건만큼 “20일 시위는 여태까지 보지 못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조합원 100여명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모여 항의집회를 열었다. 영하의 기온 속에 모인 시위대는 주로 개인택시 기사들로, 60~70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부르면서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방관하는 정부와 민주당을 성토했다. 현장에서는 “정권 잡더니 양아치가 됐다” “칼만 안 들었지 도둑놈” 등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대선 당시와 집권 뒤 정권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집회에 참석한 한 택시기사는 “카풀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에 출근시간 같은 사람들끼리 대가 없이 서로를 실어나르자는 취지 아닌가”라면서 “사업자등록도 없이 마음대로 돈을 받게 하는 게 법치에 맞느냐”라고 물었다. 서울에서 36년째 택시를 몰았다는 한 기사(70)는 “택시요금은 서울시 통제를 받아왔는데 카풀 요금 책정은 누가 한다는 거냐”라면서 “카카오에서 맘대로 정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개인택시도 개인사업자니 맘대로 요금받으면 된다는 얘기랑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산하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조합원인 기사 최씨는 지난 10일 국회 인근에서 자신이 몰던 택시에 불을 질러 분신해 숨을 거뒀다. 최씨는 남긴 유서 말미에 “카풀이 저지되는 날까지 시신을 카카오 본사 앞에 안치해 달라”고 적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애초 카풀서비스 ‘카카오T 카풀’을 17일 정식 개시할 예정이었으나 사건 뒤 이를 내년으로 미룬 상태다.
택시업계는 지난 10월 18일에도 총파업을 실시했지만 당시에는 시민들의 체감도가 낮았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경우 시위에 참여하더라도 12만~18만원 수준인 당일 사납금을 회사에 고스란히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참여도가 낮았다. 조합 등에서 당일 사납금을 면제하자고 각 택시회사에 권고했지만 이를 지키는 업체는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택시기사들은 “이번에는 다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각 법인택시 업체들도 칼끝이 코앞까지 다가온 만큼 적극 협력할 태세라고 한다. 이날 만난 법인택시 기사 장모(65)씨는 “이번에는 법인택시 업체들도 대부분 당일 사납금을 면제한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이번에는 집회에 나갈 것”이라면서 “지방에서도 올라온다니 규모가 상당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집회에 참석한 한 기사는 “어제 열렸던 간담회에서도 모두가 행동에 나서기로 준비를 약속했다”면서 “하루 손해나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의 분노에 비해 여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0%가 ‘카풀이 편익 증진에 도움이 돼 찬성한다’고 답했다. ‘택시기사 생존권을 위해 카풀 도입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8.7%에 그쳤다. 한 집회 참가자는 “사람들이 평소 느낀 감정대로만 판단하지 구체적으로 어떤 부당한 부분이 있는지 들여다보질 않는다”면서 “내용에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