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내부 FA였던 채태인(36)과 계약기간 ‘1+1년’, 총액 1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옵션 매년 2억원씩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채태인은 롯데 자이언츠 박성민(20)과 1대 1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둥지를 옮겼다. 박성민은 지난해 2차 4라운드 33순위로 입단한 신인급 선수였다. 이른바 ‘사인 앤 트레이드’다.
채태인을 잡을 생각이 없던 넥센과 이대호(36)의 백업 1루수가 필요했던 롯데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보상금과 보상선수 없이 채태인을 주고받았다.
또 있다. 지난 2월 FA자격을 얻고도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했던 최준석(35)은 원소속구단인 롯데와 연봉 5500만원의 최저가 FA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NC 다이노스와의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현역 생활을 연장했다.
과거에도 유사 사례는 있었다. FA제도 도입 첫해 1999년 시즌 뒤 FA가 된 LG 트윈스 투수 송유석(52)은 아무런 팀과 계약을 맺지 못했다. 해를 넘겨 가까스로 LG와 7500만원의 단년 계약을 맺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된 바 있다. 2006년에는 두산 베어스 홍원기(45)가 1년 8000만원에 FA계약을 맺은 뒤 곧바로 장교성(41)과 맞트레이드된 적도 있다. 이외에도 FA계약 후 현금 트레이드 방식을 통해 팀을 옮긴 사례들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인 앤 트레이드는 현행 규약의 허점을 노린 편법에 가깝다. FA선수를 영입할 경우 직전 연봉의 300%나 직전 연봉 200%와 보상선수 1명을 줘야하는 KBO규약이 만들어낸 꼼수라고 할 수 있다. 보상선수까지 줘가며 FA선수를 영입하는 데 꺼리는 구단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다. 물론 베테랑 선수들도 현역 생활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이 방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벌써부터 준척급 선수들의 계약이 더디면서 사인 앤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인 앤 트레이드가 정상적인 선수 유통 구조가 아닌만큼 제도를 고치는 게 도리다. FA 등급제를 도입해 베테랑 또는 준척급 이하 선수의 경우 보상선수와 보상금 규정을 없애는 게 맞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