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투자유치 사면초가…광주시 집토끼 산토끼 다 놓칠라.

입력 2018-12-14 10:52 수정 2018-12-22 10:05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 선도도시를 추구해온 광주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현대차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광주 완성차 공장 설립 협상이 타결 직전 결렬된 데다 중국 조이롱차 투자유치도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민선6기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에 한동안 매달렸다가 국내 자동차산업 여건 등을 감안해 친환경 자동차 선도도시로 목표를 전환했다고 14일 밝혔다. 하지만 친환경차 투자유치에 팔을 걷어 붙인 시는 민선 7기 이후 집토끼 산토끼 두 마리 모두 놓칠 신세다.

전기차 등 전력구동 방식의 친환경차 공장유치에 방점을 찍은 광주시는 지난 2016년 3월 중국 조이롱차와 투자유치 협약을 맺고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제조업체가 상대적으로 적어 산업기반이 취약하던 광주시에 중국 업체가 2020년까지 25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다는 건 대단한 희소식이었다.

역대 광주의 투자유치 실적이나 규모와 비교할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광주에서 6000여명의 직·간접적 고용창출도 기대됐다.

조이롱차는 한국법인을 설립하고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국내 인증을 받는 등 ‘Made In Korea’가 선명하게 찍힌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절차를 밟아갔다.

환경부는 조이롱차의 주력 차종인 E6 중형버스가 광주에서 생산되면 대당 6000만원의 국비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 역시 보조금 지급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에 그쳤다. 조이롱차는 실질적 투자에 2년 넘게 미적거리더니 올 들어 대구의 한 업체와 전기차 위탁판매 계약을 맺는 등 ‘이율배반’적 자세로 전환했다.

꿩 먹고 알 먹겠다는 심산인지 조이롱차는 전기차를 먼저 판매해 성과가 좋다면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겠다며 한 발 빼는 모습도 보였다.

시는 투자이행 약속을 지켜줄 것을 수차례 공문 등으로 요청했지만 조이롱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는 조이롱차의 투자의지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2년9개월 만에 조이롱차와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전제로 한 현대차와 투자협상도 중대고비를 맞았다.

시는 지난 6월 현대차의 투자의향서 제출을 계기로 6개월간 광주 완성차 공장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벌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임단협 5년 유예’ 조항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지 못해 지난 6일로 예정된 투자협약 조인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쾌도난마’의 자세로 직접 협상단장을 맡아 해결한다는 입장이지만 현대차는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시와 현대차는 ‘초임 연봉 3500만원, 주 평균 근로시간 44시간’ 등 대부분 핵심 쟁점에 합의했지만 임단협 유예에서 발목을 잡혀 그동안 협상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됐다.

현대차는 이를 관철하지 못할 경우 대표적 강성 노조인 ‘현대·기아차 노조Ⅱ’를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5000여명의 실업자를 구제하자던 독일의 ‘아우토5000’를 본 딴 광주형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노사상생이라는 상대적 명분에만 치중하는 광주시와 지나친 기업이윤만 쫓는 현대차가 서로 양보하지 않는 한 광주형 일자리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6월19일에 이어 지난 6일에도 광주시와 현대차 투자협약 조인식에 참석하려다가 막판에 협상이 틀어지는 바람에 불과 하루 전에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장밋빛 청사진’으로 인식되던 현대차와 조이롱차 투자가 무산위기에 놓이자 광주시민들은 “무조건 투자만 끌어오려는 데 눈 멀어 광주시가 지금까지 부실한 협상전략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인 게 아니냐”는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