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에 인체조직 주고…숭고한 생명나눔

입력 2018-12-14 10:16 수정 2018-12-14 10:22
왼쪽이 고 박태순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60대 여성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아름다운 생을 마감했다. 그가 기증한 인체조직은 향후 100여명의 환자들에게 쓰이게 된다.

인체조직은 피부 뼈 연골 인대 심장판 등을 말한다. 1명의 기증으로 수십명에서 최대 100명의 사람을 살릴 수 있다.

14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 박태순(64)씨는 지난 9월 급성신부전 진단을 받은 후, 지난달 16일 전신에 발진 증상을 보여 지역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혈압이 떨어져 중환자실로 이동, 치료받다가 지난10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54년 부산에서 태어나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식당일을 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힘든 생활 속에서도 누군가 손님이 오면 뭐라도 대접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한다.
종교적인 신앙에 의지하여 본인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삶을 살았던 그녀가 마지막 가는 길에도 생명을 나눠준 것이다.

평소 조혈모세포와 장기기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큰 딸(38)은 오랜 세월 병마와 싸우던 어머님을 돌보며 웰다잉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어머님의 마지막 가는 모습 또한 의미 있기를 바랐다. 그녀는 장협착증으로 고생하던 어머니가 생의 마지막에 인체조직기증을 통해 약 100여명의 삶에 크나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기증을 결심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순간에 기증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류씨처럼 평소 생명나눔에 대해 많은 관심과 생각을 가졌던 사람은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또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평상시 장기기증희망등록이 중요한 이유다.

류씨는 기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으나 여군으로 3년을 복무하면서 군장병들이 헌혈을 하는데 본인은 빈혈수치가 낮아 헌혈을 하지 못하자 열심히 몸을 만들었고, 후에 부산에서 헌혈을 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돈을 기부하는 것만이 기부가 아니라 생명나눔은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자가 아니어서 큰 것은 줄 수 없지만 평상시 쌀 기부 등을 실천하며 살았기에, 기증이라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그녀의 신념대로 기증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기증을 받은 그 누군가도 고마움을 느끼고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좋은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기증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삶의 활력소를 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고인과 딸의 따뜻한 마음이 병마와 싸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