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미술품·보이차·침향…양진호가 회삿돈 빼돌려 산 사치품들

입력 2018-12-14 06:47 수정 2018-12-14 10:17

직원들에게 폭행은 물론 엽기적인 갑질 행각을 벌여 구속기소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회사 매각 대금을 횡령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 양 회장은 직원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관리하며 비자금을 조성해 왔으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치품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30일 양 회장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터넷기술원 그룹 계열사인 이지원 서비스의 회계담당자 김모씨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회계장부를 확보했다. 김씨의 노트북에는 직원 여러 명의 이름과 계좌번호, 입출금 액수 등이 적힌 파일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이 파일이 ‘몬스터 주식회사’ 매각으로 받은 자금의 사용처가 기록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웹하드 ‘파일쿠키’를 운영한 회사로 양 회장이 위디스크, 파일노리와 함께 설립했다.

파일쿠키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콘텐츠를 받아 판매하는 방법으로 성장해 4년 만에 연간 4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양 회장은 몬스터 주식회사를 2016년 12월 판도라TV에 42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노트북에 담긴 파일엔 ‘회장님 지급 요청’이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여기엔 3억원이 넘는 고영훈 화백의 그림이나 1㎏에 수백만원 대인 중국 윈난성의 최고급 보이차, 1g에 1000만원 대에 거래되는 침향 등을 구매한 기록이 담겼다. 보이차와 침향에만 무려 20억원을 쓴 것으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수천만원의 현금이 불규칙적으로 빠져나간 정황도 기록됐다.

경찰은 양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회삿돈 100억원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자금의 사용처를 집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양 회장이 횡령한 자금으로 구입한 물품을 더 확인하기 위해 위디스크 등 계열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한다는 방침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