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합류 정노철 코치 “지도자로서 더 성장하고 싶었다”

입력 2018-12-14 09:00
정노철 아프리카 프릭스 신임 코치. 라이엇 게임즈

정노철 전 에드워드 게이밍(EDG) 감독이 2년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이제는 감독이 아닌 아프리카 프릭스 코치다. 그는 왜 한국 복귀를 선택했을까. 본보는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아프리카 숙소 인근에서 정 코치를 만났다.

“역대급 시즌을 앞둔 지금, 복귀하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정 코치의 한국 복귀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첫 번째는 중국에서 겪은 의사소통 문제였다. EDG 사령탑으로 머무른 기간만 2년, 정 코치는 언어장벽이 쉽게 극복되지 않는 것임을 체감했다. 거꾸로 한국에서는 능력을 오롯이 발휘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두 번째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재참전하고픈 욕망이었다.

“올해 LCK가 롤드컵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두지 않았나. 저도 좋은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그걸 지켜보면서 마음이 편치 못했다. 저도 LCK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감독 역할도 해봤다. 그간 LCK가 이렇게 역대급으로 무너진 적이 없었다.”

“모든 팀이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결코자 하는 상황이다. 그걸 보니 ‘부글부글 끓어오른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전쟁터에 제가 없다면, 싸워서 승자가 되지 못한다면 지도자 생활하면서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감독이 아닌 코치 역할이다. 정 코치는 2014년 11월 신생팀이었던 후야 타이거즈(現 한화생명 e스포츠) 초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감독 경험은 풍부하지만, 코치 경험은 전무하다. 이번 아프리카 합류는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정 코치는 지도자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 이번 도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운 좋게도 처음부터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매번 피드백을 주는 게 제 역할이었다. 선수에게도, 코치에게도 그랬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피드백을 건네줄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꽤 큰 주안점이었다.”

결국 정 코치는 해외 팀의 거액 오퍼를 뿌리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 상위권 팀 여러 군데서 연락이 왔다. 주위에서는 한국 복귀를 만류했다. 금전적 차이가 컸던 까닭이다. 그러나 아직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했다. 제 꿈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래서 복귀를 택했다. 한국행을 허락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정 코치는 2년 동안 라이벌 지역팀 소속으로 아프리카를 바라봤다. 지난 7월에는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리프트 라이벌스’에서 상대 팀으로 맞붙기도 했다. 당시 아프리카와 EDG는 두 차례 겨뤄 1승씩을 교환했다. 그때 그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는 어떤 팀이었을까.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했다. 플레이오프권에 그쳤던 팀을 최연성 감독님과 코치 두 명이 합심해 LCK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더 나아가 롤드컵 본선에까지 진출시켰다. 코치진이 단단한 팀이라고 느꼈다.”

정 코치는 아프리카 선수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따끈따끈하다. 잠재력이 굉장히 높고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다. 감독님과 저를 포함한 세 명의 코치가 서로 합심해야 할 것이다.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내 이 선수들을 잘 보살핀다면 롤드컵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훌륭한 로스터다.”

정 코치는 2년간 중국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이 아프리카에 녹아들길 기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배운 게 정말 많다. 선수단의 화합 및 소통을 돕는 방법을 배웠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리그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 같은 것도 직접 체감하고 왔다. 그런 부분을 선수에게 제안하고, 장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