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전 광주시장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입력 2018-12-13 19:57 수정 2018-12-13 21:30

윤장현(69) 전 광주시장이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위해 가짜 권양숙 여사에게 거액을 건네고 ‘노무현 전 대통령 혼외자’라고 자신을 속인 사기범 자녀의 채용 청탁을 들어줬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현행 선거법 제47조2 제1항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하여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 또는 공사의 직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의사를 표시하거나 그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다.

광주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이희동)는 6·13 지방선거 공소시효가 끝나는 13일 윤 전 시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우선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해외 의료봉사를 마치고 귀국한 지 5일 만으로 윤 전 시장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부당한 채용청탁에 관여한 과정 등에 대해서는 보강 조사 후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1월31일 사이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권양숙 여사’라고 연락해온 사기범 김모(49·여)씨에게 공천을 도와달라며 4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송금하고 김씨 자녀의 부당 채용을 도와준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김씨에게 송금한 4억5000만원 중 3억5000만원을 은행 2곳에서 대출받아 본인 명의로 보냈다고 밝혔다. 나머지 1억원은 지인에게 빌려 비서를 시켜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로부터 당내 공천과 관련한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김씨의 부탁에 따라 돈을 보냈을뿐 아니라 지난해 12월 말 광주시 산하 공기업인 김대중컨벤션센터 간부에게 김씨의 아들 조모씨를 취직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 조씨는 지난 2월5일 센터 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됐다가 퇴직했다.

검찰은 또 윤 전 시장이 지난 1월5일 광주지역 모 학교법인 상임이사에게 김씨의 딸을 산하 중학교에 채용해달라고 부탁해 같은 달 18일 기간제 교사로 합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더 나아가 기간제 교사인 딸의 정교사와 계약직인 아들의 정규직을 김씨가 부탁하자 “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은 전날 “인간적 배려였을 뿐 공천을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검찰조서 서명날인을 거부하는 등 검찰의 수사내용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2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조사 후 그는 의도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된 검찰조사가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시장이 서명날인을 거부할 만큼 공천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함에 따라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의 진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및 전화통화 내용, 금품 제공 및 특혜 취업 정황, 윤 전 시장이 돈을 마련한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은 김씨가 윤 전 시장에게 “재선하셔야죠. 당 대표에게 신경 쓰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생신 때 뵙고 이야기했습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공천을 둘러싸고 주고받은 다수의 문자메시지를 정황 증거로 제시한 바 있다.

검찰 조사결과 윤 전 시장과 김씨는 12차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268건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윤 전 시장은 “덕담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 대통령 부인 영향력만으로 공천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 김씨에게 민주당 경선에 임하는 자세를 담담히 전달했을 뿐 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기범 김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고 속인 자녀 2명을 시 산하기관과 중학교에 취업시키는 데 관여한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는 인정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일 사기범 김씨를 선거법 위반과 사기, 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윤 전 시장 등 6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별도 입건해 계속 수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