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을 평범으로 느껴 온 女 절망 담겨” ‘82년생 김지영’ 日 반응

입력 2018-12-13 22:26 수정 2018-12-14 05:00
치쿠마 쇼보 트위터 캡처

조남주 작가가 쓴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일본 판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 치쿠마 쇼보가 “이렇게 빠른 인기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내 독자 대부분은 이 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책 ‘82년생 김지영’은 8일 일본에 출간돼 나흘 만인 12일 3쇄가 결정됐다. 이 책은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한국 여자의 인생 현장 보고서’다.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며 1980년대생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치쿠마 쇼보는 12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토록 빠른 기간 안에 많이 팔린 책은 이례적”이라며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을 전했다. 이어 “품절사태로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현재 인쇄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마존에 올라온 이 책의 평가는 대부분 긍정적이다. 독자들은 공통적으로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라고 적었다. 특히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국이 부럽다. 많은 여성이 일상에서 쉽게 겪는 차별로 감각이 마비되고 그것을 평범하다 느끼게 된 절망을 묘사했다.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리뷰가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 독자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여성의 고민’이라는 제목의 리뷰를 통해 “최근 여성의 고민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남녀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누구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슬픈 책이지만 그만큼 현대 여성들의 고민을 안고 있는 책”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독자는 “이 책은 남성을 매도하는 내용이 아니다. 김지영씨의 인생이 일대기 형태로 그려져 있을 뿐”이라며 “주인공의 인생을 추적하면서 지금까지 자각하지 못한,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는 작은 차별과 사회의 불합리한 인식이 깊게 가슴에 찔려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독자는 “현실을 따져봤을 때 이 책은 무거운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고 평가했다. “이 책은 남성을 매도하는 내용이 아니고 본격적인 페미니즘 책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작가의 세뇌적 표현이나 일반화도 없었다” “아주 평범한 여성 이야기. 공감하지 못할 여자는 없을 듯” 같은 내용도 있었다.

부정적인 리뷰를 살펴보면 “여성을 수동적으로 그렸다” “여성을 불쌍한 존재라고 묘사했다” “남녀 대립 관계를 심화시켰다”고 적혀있다.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이들의 절반은 한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국인으로서 이 책이 일본에 번역돼 전해진 건 유감이다. 출판을 위해 사용된 나무와 잉크가 아깝다” 같은 글을 적기도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16개 국에 판권이 팔렸다. 한국에서는 곧 영화로 만날 수 있다.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김지영 역에는 배우 정유미가, 남편 역할에는 공유가 캐스팅 돼 내년 상반기 크랭크인 예정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